트럼프 우세에 '바이든 당선' 베팅했던 증권가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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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쪽으로 윤곽이 잡히면서 4일 증권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월가는 물론, 한국 증권업계에서도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관련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한화투자증권에서 발행한 '트럼프가 되면 열어보세요'라는 제목의 리포트는 화제거리가 되기도 했다. 재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은연중 반영한 제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진짜 열어보게될 줄 몰랐다'는 반응이 증권업계에서 나왔다.
리포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아직 이행하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세금 인하나 규제 철폐 등 주식시장에 호재성 공약은 이미 이행됐지만 부채 감축과 인프라 재건 등은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정부 부채는 집권 1기에 오히려 늘었고 인프라 재건은 구체적 계획을 내놓은 적이 없다"며 "주식시장은 공약 시행 여부보다 코로나19 백신과 금리인상 여부 등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기술주들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박 연구원은 내다봤다. 1990년대 중반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반독점 소송으로 부진하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 이후 소송 불확실성을 해결한 사례가 있다. 박 연구원은 "기술주들에게 더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비상이 걸렸다. 리서치센터에서는 매년 4분기가 되면 내년 산업 전망을 위한 리포트를 준비한다. 올해는 바이든 당선 가능성이 높아 그에 따른 관련 리포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로 판세가 뒤집어지면서 기존의 리포트 방향을 모두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여론조사만 믿고 바이든이 당선될 것으로 생각해 그쪽 방향으로 대선 분석 리포트나 내년 시장 전망 리포트를 쓰고 있는데 모두 엎어야 할 판"이라며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하고 준비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