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국장·차관 차례로 왔지만…사격장 갈등 해법 못 찾아

포항 수성사격장 폐쇄 요구 주민·국방부 차관 간담회 무산
"과장, 국장, 차관이 차례로 왔으니 다음엔 장관인가. "
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리 수성사격장 앞에 모인 주민들이 내뱉은 말이다.

장기면 주민 200여명은 이날 박재민 국방부 차관과 간담회를 앞두고 오후 1시부터 수성사격장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했다.

주민들은 "지난 수십년간 수성사격장으로 인해 소음, 진동, 화재 위험에 노출돼 피해를 봤으니 사격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성사격장을 드나드는 왕복 2차로에 트랙터 여러 대를 세워놓고 길 한복판에서 집회하며 출입을 막았다.

박재민 차관 일행은 헬기를 타고 수성사격장에 내린 뒤 버스와 승용차를 타고 오후 2시께 집회 현장에 도착했다.

주민들은 "민·관·군협의체를 만들어 협의를 마무리할 때까지 사격을 중지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고 박 차관은 "한미동맹과 안보 등으로 사격을 우선 중단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박 차관은 "주민과 협의 없이 주한미군이 헬기 사격 훈련을 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수용 가능한 대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하기 위해 왔다"며 고개를 숙여 사과한 뒤 "민·관·군협의체를 만들어 협의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 사격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이 사격 훈련하기 힘든 여건인데 사격훈련을 해야 한다"며 "군과 주민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안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사격 중지 없이는 어떤 논의도 할 수 없으니 돌아가라"며 반발했다. 결국 박 차관이 약 10분 만에 자리를 뜨면서 간담회는 무산됐다.

앞서 지난달 15일 장기면행정복지센터에 김종덕 국방부 교육훈련정책과장이 주민을 만나러 왔으나 간담회는 10여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이어 27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이두희 국방부 정책기획관(소장)이 왔으나 "훈련 중지가 어렵다"란 말에 주민들이 반발해 간담회가 무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