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가수 다큐멘터리 '봇물'…코로나시대 새 수익원 '흥행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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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성공 이어 아이돌·트로트 가수로 확산“저희가 입는 옷, 저희가 쓰는 가사에 모두 신중해지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려고 우리를 보는데 우리가 우울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나는 미치지 않기 위해 자전거를 탑니다.”
글로벌 팬덤 많고 제작비 저렴…10만명 모으면 수억 남아
BTS 4개 작품으로 100만, 김호중 한 달 만에 10만 돌파
트와이스·블랙핑크·케이콘택트, 유튜브·넷플릭스로 제작
방탄소년단(BTS)의 네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에서 리더 RM은 이렇게 고백한다. 영국 웸블리스타디움 단독 공연 등 월드투어의 뒷얘기를 담은 이 영화는 지난 9월 24일 극장 개봉 후 코로나19 속에서도 4일 현재 관객 수 13만 명을 넘어섰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년간 3편의 다큐멘터리로 관객 100만 명 이상을 모았다. 총매출이 줄잡아 100억원이다.
BTS 다큐 4편이 벌써 100만!
K팝 다큐 붐이 뜨겁다. 방탄소년단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들이 흥행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아이돌 가수와 트로트 가수 등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쏟아지고 있다. 극장뿐 아니라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OTT(인터넷동영상서비스)를 통해서도 공개되고 있다.성악가 겸 가수 ‘트바로티’ 김호중의 첫 팬미팅 현장을 담은 다큐 ‘그대 고맙소’는 9월 29일 개봉해 한 달 만에 10만 명을 돌파했다. 김호중이 8월 팬미팅에서 부른 약 10곡의 노래와 함께 팬들과 한 인터뷰 등을 담았다.‘미스터트롯: 더 무비’는 지난달 22일 개봉해 4일 현재 13만 명을 돌파했다. TV조선의 간판 예능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톱6’에 대한 기록이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콘서트’ 서울 공연 실황을 중심으로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희재, 장민호, 정동원 등의 내밀한 부분까지 만날 수 있는 콘서트 무비다.
그룹 세븐틴은 5월 월드투어 속 일상과 이야기를 담은 15부작 다큐멘터리 ‘세븐틴: 힛 더 로드’를 유튜브와 위버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은 사례도 등장했다. 트와이스는 4월 유튜브 오리지널 다큐 시리즈 ‘트와이스: 시즈 더 라이트’를 선보였다. 지난해 첫 번째 월드투어 준비 과정 및 뒷이야기와 함께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부터 스타덤에 오르기까지 겪은 역경과 도전을 보여준다. 또 다른 유튜브 오리지널 다큐인 ‘케이콘택트 올 액세스’도 지난달 공개됐다. 6월 열린 온라인 K컬처 페스티벌 ‘케이콘택트 2020 서머’ 제작 뒷이야기와 K팝 아티스트 인터뷰 등을 담았다.블랙핑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에서 평균 5년간의 연습생 시절을 거친 4명의 멤버들이 겪었던 혹독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이 작품은 지난달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2위에 올랐다.
K팝 팬덤이 선물한 뜻밖의 시장
가수들의 다큐멘터리가 이처럼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한마디로 글로벌 팬덤의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들은 극장에서 관객 1만 명을 넘기기도 쉽지 않지만 K팝 가수들의 다큐는 팬덤을 모아 이보다 훨씬 많다.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관객 수 10만 명이면 수억원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CJ CGV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화제작들이 거의 없는 극장가에 K팝 가수들의 다큐가 흥행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다큐멘터리는 극장뿐 아니라 수출 및 판매를 통해 OTT와 IPTV 등에서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케이콘택트 2020 서머’ 다큐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총 7개의 언어로 제공돼 글로벌 시청자층을 확대했다. 기획사로서는 코로나 시대 새로운 수익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도 글로벌 조회수와 구독자 확대의 촉매제로 K팝 다큐를 활용할 수 있다. 유튜브 아태지역 오리지널 담당인 고타 아사쿠라는 ‘케이콘택트 2020 서머’ 다큐를 제작한 이유에 대해 “K팝은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글로벌 장르”라며 “그들의 경험은 대본으로는 쓸 수 없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