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쏟고도 불꺼진 서울대 평창캠…그런데 시흥에 또? [세금 먹는 하마]

⑦-강원 서울대 평창캠퍼스 르포(下)

평창캠, '유령캠퍼스' 오명 여전
입주기업 9곳…5년 전 보다 줄어
상황 이런데 '시흥캠' 추가 건립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교육동 앞. 사진 =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세금 먹는 하마]는 전국 팔도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곳을 찾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보고 취재한 내용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대 평창캠퍼스를 아시나요?"

대부분 사람들의 답은 "아니오"였다. <한경닷컴> 취재진이 지나가는 시민 10명에게 이같이 질문해 보니 8명에게서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3000억원대 혈세가 투입된 서울대 평창캠퍼스가 여전히 '유령캠퍼스'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평창캠퍼스는 2015년 국정감사 당시 입학자 수 정원 미달·산학협력 실적 저조 등으로 부실 운영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목장에서 나오는 환경오염과 악취 등을 우려한 지역사회 반발에도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로 거듭나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한참 미치지 못한 결과를 냈다.

5년이 지났지만 당시 지적사항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게다가 서울대는 '시흥캠퍼스'라는 또 다른 캠퍼스를 예고했다.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할 연구 자원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자칫 평창캠퍼스와 유사한 부실 운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창캠, 5년 전에 비해 개선된 게 없다

지난 6일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산학협력동 앞에서 찍은 공터 모습. 이렇게 넓은 공터가 캠퍼스 내 수두룩하다. 사진 =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평창캠퍼스 건립에는 총 3118억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적지 않은 세금이 투입됐지만 준공 6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재학생 수, 산학협력 입주기업 현황 등을 보면 5년 전과 비교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웠다. 서울대에 따르면 국제농업기술대학원(평창캠퍼스) 모집인원은 최근 5년간 전기와 후기 각각 20명, 15~18명 수준을 유지해왔다. 입학자 수는△ 2015년 26명 △2016년 28명 △2017년 27명 △2018년 34명 △2019년 32명 △2020년 31명으로 집계됐다.

모집인원 기준으로 2015년 국감 당시 "입학자 수가 정원의 절반도 못 채웠다"는 지적에 비해선 현저하게 나아졌다. 그러나 국제농업기술대학원이 당초 석사과정 정원 60명, 정원외 외국인 전형 40명을 모집할 계획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6일 찾은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산학협력동 3층 모습. 층 전체가 비어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불도 꺼진 상태다. 사진 =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산학협력 입주기업은 2015년 13곳에서 오히려 9곳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공동투자 형태'로 입주한 기업은 전무한 상황이다. 다만 단독투자 형태로 3곳이, 공간임대 형태로는 6곳이 입주해 있다.서울대 평창캠퍼스는 △기업과 공동투자로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설립하는 공동투자 형태(modullⅠ) △기업이 단독으로 투자해 공장 또는 연구소를 설립하는 단독투자 형태(modull Ⅱ) △벤처기업, 특수시설의 운영 등 소규모기업의 공간임대 형태(modull Ⅲ) 등의 유형으로 임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 측은 "지역적 한계에 부딪혀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평창캠도 감당 못하는데 시흥캠을 또...

서울대 시흥캠퍼스 투시도. 시진 =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홈페이지 캡처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대는 경기도 시흥에 66만2009㎡ 규모의 또다른 '글로벌 캠퍼스(시흥캠퍼스)' 설립을 추진했다. 4차산업 중심의 의료·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1·2·3단계로 추진되는 사업 계획 중 1단계는 연내 완공을 앞두고 있다. 1단계 추진에 투입된 예산은 약 4500억원으로 시흥시가 사업자인 한라건설을 통해 지원했다.

당초 서울대 측은 2007년 내놓은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 2007~2025(이하 장기발전계획)'를 시흥캠퍼스 구축 명분으로 제시했었다. 관악캠퍼스의 포화 문제도 또 다른 명분이었다.

그러나 추진 당시 서울대생들은 이 같은 이유들이 추상적이라는 점과 평창캠퍼스의 운영 부실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시흥캠퍼스 설립을 격렬히 반대했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서울대 교수들 역시 관악캠퍼스 과밀화, 4차 산업혁명 대비 등이 중요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 해결책이 시흥캠퍼스의 설립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대 측은 각 캠퍼스가 지향하는 기본 방향이 다르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지난 6일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교육동 앞. 지나다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사진 =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시작부터 난항을 거듭한 시흥캠은 완공돼도 문제다. 평창캠퍼스가 존재 의미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흥캠퍼스 조성 이유에 평창캠퍼스의 접근성이 한계로 지적된 점을 감안하면 평창캠퍼스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2017년 당시 이근관 서울대 기획처장은 '서울대 시흥캠퍼스 관련 문제 해결과 신뢰 회복을 위한 협의회'에서 "평창캠퍼스 조성 및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그대로 되돌아보고 개선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시흥캠퍼스가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접근성 문제도 있다"고 언급했다.

평창=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이창근 기자 slow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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