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part.3]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허들 극복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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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순 연세대 의생명과학부 교수모든 신약 개발이 그렇듯,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는 넘어야 할 어려움이 많다.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데 극복해야 할 부분을 기초연구 분야와 산업화 분야로 나누어 다뤄보고자 한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이 대사질환에서부터 천식, 염증성 장질환 같은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제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관련 작용기전 또한 과학적으로도 명확한 증명이 됐다. 특히 대변 이식을 통한 대변 세균 총 이식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 감염증치료에 효과를 보았다는 임상 결과가 보고됨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다양한 치료제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기초연구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허들은 매우 많으나 대표적인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PART 1 | 작용기전 연구의 어려움
기초연구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실험했을 때, 특히 마이크로바이옴을 투여해 실험동물에서의 반응성을 확인하고자 할 때 작용기전을 밝히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로 손꼽힌다.일반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때에는 특정 유전자 또는 효소 등을 타깃으로 해 개발하기 때문에 새롭게 개발될 약물이 세포 내에서 어떤 메커니즘을 제어할 것인지, 즉 작용기전을 예측하며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한 작용기전 연구는 상대적으로 매우 어렵다.예를 들어, 비만에서 특정 균주의 항비만 효과를 보기 위해 비만을 유도한 실험동물에 특정 균주를 투여한 후 생체반응을 살펴보았다고 하자.
특정 균주를 투여했더니 실험동물의 비만율이 감소했다면 투여한 균주가 어떤 생리적 기능을조절한 결과인지를 밝혀야 한다. 단순히 특정 균주를 투여했더니 혈당이 감소하고, 체중이 빠지고, 간에서 당합성 및 지질합성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데이터만으로는 신약 허가를 받기가 어렵다.
장내에는 수많은 세균이 존재하며, 이는 사람마다 그 균총 혹은 균주의 군집 상태가 매우 상이하다. 특정 균주를 장내에 투여하면 이 균주가 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세포와 신호를 주고받는 것뿐만 아니라 수많은 균주와 상호작용해 개체 내에서 포괄적인 생리적 변화를 유도한다. 이 때문에 이런 실험을 통해특정 균주의 명확한 생물학적 기전을 밝힌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작용기전 연구 위한 무균 시설 필요
균주를 투여했을 때 장에 존재하는 수많은 균주와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특정 균주의직접적인 작용기전 연구는 수월하지 않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균 실험쥐 시설이 등장했다.
무균 실험쥐란 멸균 환경에서 사육됨으로써 체내에서 미생물이 검출되지 않는 생쥐다.무균 실험쥐를 이용하게 되면 우리가 연구하고자 하는 특정 균주와 장내에 존재하는 다른 균주와의 상호작용은 배제한 상태에서 장내의 세포들과 작용하는 기전을 비교적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다.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활발한 서구에서는 무균 시설을 다양한 기관에서 확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무균 시설을 구축해 여러 연구기관 및 기업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무균 시설을 사용하고자 하는 연구기관 및 기업의 수요는 매우 많으나 공급이 쫓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무균 실험동물은 무균 상태에서 사육해야 한다. 일반적인 사육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이런 점을 감안해 빈약한 우리나라의 마이크로바이옴 기초연구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장내 환경을 재현할 수 있는 인공장기 기술
현실적으로 무균 시설은 대규모 연구비가 확충돼야 구축할 수 있다. 자유롭게 이용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오가노이드 등의 인공장기를 만드는 기술을 활용해 실험적으로 장내 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 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장을 모사한 뒤 원하는 균주를 장 오가노이드에 투여해 세포의 반응을 살펴봄으로써 균주가 장내 세포에 작용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장이라는 조직은 단순히 장내 상피세포뿐만 아니라 수많은 종류의 면역세포가 같이 존재하는 조직이다.
반면 장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내 환경과 비교하면 매우 단순화된 모델이다. 따라서 장내 환경을 모사할 수 있는 인공장기기술이 개발된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의 작용기전 연구가 더욱 수월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아종까지 구별할 수 있는 경제적인 유전체 분석 기술 절실
다양한 질환에서 환자와 정상인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해 특정 균주와 질병의 연관성을 찾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 분석기술은 일반적으로 ‘16S 리보솜 RNA’ 등을 위주로 분석해 마이크로바이옴의 종 단위까지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하나의 종 아래에 다양한 아종이 존재한다. 어떤 아종을 사용하는 것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는 실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전까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종 단위까지 구별하기 위해 환자와 정상인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더욱 세밀하게 유전체 분석을 한다면 그 차이까지 구별할 수도 있다.
이같이 세밀하게 유전체 분석을 진행할 경우, 분석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초연구 분야에서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의 아종까지 구별해낼 수 있는 경제적인 유전체 분석기술이 하루 빨리 개발돼야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전자 조작기술
최근 유전자가위가 유전자 교정·편집 기술에서 매우 각광받고 있다. 이를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에 유전자 조작기술을 적용해 우리 몸에 유익한 균주로 맞춤형 제작을 하는 연구가 활발히진행 중이다. 다만 미생물의 유전자를 유전자가위로 편집하는 것은 인간과 동식물 세포에 비교해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현재 크리스퍼(CRISPR)로 유명한 유전자가위 기법은 유전자 편집을 위해 유전자를 끊어낸 후 새로 이어붙일 때, 끊어진 말단을 그대로 이어붙이는 방법(NonHomologous End Joining) 또는 상동염색체를 주형으로해 교정된 DNA를 복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 동·식물의 염색체는 상동염색체를 지니고 있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잘라낸 후 상동염색체를 주형으로 끊어진 부위를 복구할 수 있다.
반면 마이크로바이옴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유전자를 편집·교정할 경우, 끊어진 DNA 부위 복구에 필요한 주형 역할을 하는 상동 염색체가 없어 정밀한 유전자 편집이 매우 어렵다.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에서 수월하게 유전자를 편집·교정해 인간에게 유용한 유전자를 지닌 미생물을 제작할 수 있다면 산업화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PART 2 | 신약 개발을 위한 산업화에서 극복해야 할 어려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상용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난제 역시 기초연구 분야 못지않게 매우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중 산업화에서 극복해야 할 난제 몇 가지를 논의해보고자 한다.마이크로바이옴 맞춤형 배양기술 확보의 어려움
인체 내에서 발견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대부분 혐기성 세균이기에 대기에 노출되는 순간 생존할 수 없다. 인체 내에서 발굴한 마이크로바이옴을 배양할 수 있는 배양기술 확보도 매우 어렵다.
다시 말해, 우리가 환자의 시료를 분석해 특정 균주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그 균주를 대량으로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에게 투여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배양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장내 환경을 일반적인 기술로 구현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의 위장관은 그 길이도 매우 길고, 위장관의 위치에 따라 위장관이 담당하는 영양대사 및 산도(pH)도 제각기 다르다.
장내 위치에 따라 정착해서 살아가는 장내 균주들도 제각각이다. 따라서 균주를 찾아냈다 하더라도, 그 균주가 정착해서 살고 있는 환경까지 이해해야 그 균주를 배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장내 환경을 모사하기란 현재 기술로는 너무 어렵다.
이 때문에 배양을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균주는 매우 소수인 상황이다. 따라서 특정 균주를 발굴하고 이를 대량 배양까지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의 산업화가 매우 용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제형화 공정 과정의 어려움
또 다른 어려움은 균주를 투여할 수 있는 제형의 공정 과정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마이크로바이옴은 대부분 혐기성이기에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취약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경구 투여 등을 위한 제형화 공정 과정을 거칠 때 약제로서의 효능이 얼마나 보존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즉 살아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제형화한 상황에서 얼마나 오랜 기간 마이크로바이옴이 제형 내에서 살아남아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마이크로바이옴은 외부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생존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이를 외부에서 배양해 제형화 공정으로 이끌고 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균주들은 그 종류가 매우 한정적이고, 이미 오랜 기간의 연구과정을 통해 배양법 및 제형화라는 공정까지 끝낸 상황이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배양법을 발굴하지 못한 대부분의 마이크로바이옴 균주의 경우 대량 배양 성공 이후 제형화까지 성공해 임상에 사용 가능한치료제가 되기까지 많은 자본과 연구개발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의 대사체 및 사균을 활용한 기술
살아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제형화가 쉬운 기술이 아니기에, 최근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의 대사체를 치료제의 원료로 사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피부에 사용하는 약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대사체를 활용한 연구 및 산업화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물질은 사용기간을 늘리기 위해 적정한 수준의 방부제 등의 물질이 들어가게 되는데, 마이크로바이옴은 이들 물질에 취약해 살아 있는 상태로 넣어주기가 어렵다.
따라서 최근에는 인체에 유익한 마이크로바이옴에서 유래하는 대사체를 추출하고, 이를 원료로 약제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균주가 멸균으로 죽은 상태임에도 효능이 입증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멸균된 균주가 세포 표면에 갖고 있는 다양한 수용체 및 단백질 등이 다른 병원체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인체에 좋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아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대신 마이크로바이옴으로부터 유래한 대사체, 혹은 단백질 등을 활용해 약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가이드라인이 정립돼 있기에 좀 더 수월하게 연구 및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신약 개발 가이드라인 구축
현재 국내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의약품은 일반적인 의약품 허가 절차에 따라 임상시험과 품목 허가가 가능하다. 다만 마이크로바이옴은 그 종류가 너무나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특정 미생물에서 유래한 단백질 혹은 대사체가 사람에게 사용된 전례가 없다면 영장류를 기반으로 하는 비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식약처의 입장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자체를 약제로 할 경우, 어떠한 카테고리로 마이크로바이옴 약제를 분류할 것인지는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다. 또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약제로 해 신약 개발을 위한 비임상시험을 진행할 경우, 마이크로바이옴의 약동학적 특성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약동학적 특성 기준은 인체에 투여한 약물이 체내에서 흡수되는 과정, 그리고 흡수된 후 어떠한 조직으로 분포가 되는지, 분포된 약물이 어떠한 대사과정을 거쳐 인체 밖으로 배출되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인체에 투여한 살아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의 흡수-분포-대사-배설에 대한 시험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다시 말해 살아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경구 투여할 경우 이 마이크로바이옴의 흡수-분포-대사-배설을 검증하기 위해 어떠한 시험방법을 거칠 것인지, 그리고 그 결과를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을약제로 한 신약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의 가이드라인이 서둘러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