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기 높일 때"…일본전산, 3년간 급여 30% 인상 선언 [정영효의 일본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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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빨리 먹는 순, 선착순 신입직원 채용'으로 유명한 일본 제조업 신화 일본전산이 앞으로 3년 동안 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30% 올리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임금을 동결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해 사기와 생산성을 높이려는 역발상으로 평가된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달 26일 온라인 실적발표회에서 "지금주터 3년 동안 사원의 처우를 30% 높이겠다"고 밝혔다. 나가모리 회장의 이례적인 '임금인상 선언'은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악화한 기업이 속출한 이달들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올해 일본 기업의 임금인상률은 1.97%로 지난해 영업이익 상승폭(2.22%)을 밑돌았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기업들이 장기 고정비용으로 이어지는 임금인상에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인상률이 2012년(1.67%) 이후 7년 만에 2%에 못미쳤다. 도요타자동차와 일본제철 등 대부분의 제조 대기업들도 올해 임금을 사실상 동결했다.
일본전산이 다른 제조업체들과 반대로 임금을 대폭 올릴 수 있는 배경은 실적개선이다. 일본전산의 2020회계연도 상반기(올해 4~9월) 영업이익은 692억엔(약 75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7~9월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0%로 전분기의 8%보다 좋아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급망 재편, 원자재 공동구매 확대 등 비용을 절감한 덕분이다. 생산성 향상의 결과물인 이익을 직원들에게 환원해 성취동기를 높인다는게 일본전산의 설명이다. 일본전산(단일 기준)의 연간 임금총액은 170억엔. 급여를 30% 올리면 인건비는 48억원 늘어난다. 나가모리 회장은 "생산성을 50% 높이면 임금을 30% 올려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전산은 올해 급여와 채용제도를 모두 바꿨다. 먼저 연공서열 방식이던 임금제도를 지난 4월 평가제로 교체했다. 직원의 업무성적을 1~5점으로 평가해 실적개선 기여도가 높을 수록 급여를 많이 주기로 했다. 상대평가제도로 운영해 최저점인 1점을 받는 직원이 반드시 나오도록 했다. 나가모리 회장은 "기본급을 높이는 것으로 1점을 받은 직원도 기존의 급여수준을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대학생 신입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나머지를 경력직으로 채우기로 했다. 대졸 신입직원은 어엿한 직원으로 키우는데 5~10년이 걸리지만 경력직은 즉시 전력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전산이 대대적인 인사·채용제도 개선을 시도하는 건 "현 상태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일본전산은 신성장동력으로 전기자동차(EV) 구동모터 등의 제품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관건은 인재 확보인데 종전의 인사제도와 임금수준으로는 인재쟁탈전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일본전산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615만엔으로 자동차 및 전자 부품 대기업인 덴소(797만엔), 무라타제작소(724만엔)에 뒤처진다. 고액 연봉을 제시하는 외국계 기업에 기술자를 빼앗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일본전산은 실적이 아무리 나빠져도 '직원을 자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임금을 평균 5%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했고 실적이 회복된 후 이자를 붙여서 되갚았다. 나가모리 회장은 "모두가 평등한 시대는 끝났지만 열심히 하면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제도로 보다 나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3년 교토의 시골 창고에서 직원 4명으로 시작한 일본전산은 30년 만에 계열사 140개, 직원 11만명, 매출 1조5340억엔(2019년 연결기준)의 그룹회사로 성장했다. 지방 중소기업으로서 대기업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밥 빨리 먹는 순, 선착순 신입직원 채용'과 같은 독특한 채용방식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직원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사훈(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으로도 유명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달 26일 온라인 실적발표회에서 "지금주터 3년 동안 사원의 처우를 30% 높이겠다"고 밝혔다. 나가모리 회장의 이례적인 '임금인상 선언'은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악화한 기업이 속출한 이달들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올해 일본 기업의 임금인상률은 1.97%로 지난해 영업이익 상승폭(2.22%)을 밑돌았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기업들이 장기 고정비용으로 이어지는 임금인상에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인상률이 2012년(1.67%) 이후 7년 만에 2%에 못미쳤다. 도요타자동차와 일본제철 등 대부분의 제조 대기업들도 올해 임금을 사실상 동결했다.
일본전산이 다른 제조업체들과 반대로 임금을 대폭 올릴 수 있는 배경은 실적개선이다. 일본전산의 2020회계연도 상반기(올해 4~9월) 영업이익은 692억엔(약 75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다. 7~9월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0%로 전분기의 8%보다 좋아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공급망 재편, 원자재 공동구매 확대 등 비용을 절감한 덕분이다. 생산성 향상의 결과물인 이익을 직원들에게 환원해 성취동기를 높인다는게 일본전산의 설명이다. 일본전산(단일 기준)의 연간 임금총액은 170억엔. 급여를 30% 올리면 인건비는 48억원 늘어난다. 나가모리 회장은 "생산성을 50% 높이면 임금을 30% 올려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전산은 올해 급여와 채용제도를 모두 바꿨다. 먼저 연공서열 방식이던 임금제도를 지난 4월 평가제로 교체했다. 직원의 업무성적을 1~5점으로 평가해 실적개선 기여도가 높을 수록 급여를 많이 주기로 했다. 상대평가제도로 운영해 최저점인 1점을 받는 직원이 반드시 나오도록 했다. 나가모리 회장은 "기본급을 높이는 것으로 1점을 받은 직원도 기존의 급여수준을 유지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대학생 신입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대신 나머지를 경력직으로 채우기로 했다. 대졸 신입직원은 어엿한 직원으로 키우는데 5~10년이 걸리지만 경력직은 즉시 전력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전산이 대대적인 인사·채용제도 개선을 시도하는 건 "현 상태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일본전산은 신성장동력으로 전기자동차(EV) 구동모터 등의 제품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관건은 인재 확보인데 종전의 인사제도와 임금수준으로는 인재쟁탈전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일본전산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615만엔으로 자동차 및 전자 부품 대기업인 덴소(797만엔), 무라타제작소(724만엔)에 뒤처진다. 고액 연봉을 제시하는 외국계 기업에 기술자를 빼앗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일본전산은 실적이 아무리 나빠져도 '직원을 자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임금을 평균 5%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했고 실적이 회복된 후 이자를 붙여서 되갚았다. 나가모리 회장은 "모두가 평등한 시대는 끝났지만 열심히 하면 더 많은 보수를 받는 제도로 보다 나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73년 교토의 시골 창고에서 직원 4명으로 시작한 일본전산은 30년 만에 계열사 140개, 직원 11만명, 매출 1조5340억엔(2019년 연결기준)의 그룹회사로 성장했다. 지방 중소기업으로서 대기업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밥 빨리 먹는 순, 선착순 신입직원 채용'과 같은 독특한 채용방식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직원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사훈(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으로도 유명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