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주식이야기] 반도체 IC기판 부흥 이끄는 유니마이크론
입력
수정
우건의 중화권 주식 이야기 (7) 유니마이크론한국경제신문은 앞으로 중화권 해외 주식 전문가의 기고를 연재합니다.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미국을 넘어 중국 등 아시아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기고를 맡은 우건 JK캐피털 매니저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라자드운용과 매뉴라이프운용 등을 거쳐 홍콩에 본사를 둔 프랑스계 헤지펀드인 JK캐피털에서 아시아 정보기술(IT) 및 헬스케어산업에 대한 투자 집행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니마이크론은 대만의 2위 파운드리 업체인 UMC로부터 1990년 분사(스핀오프)해 시작한 정밀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사다. 1990년대에는 HDI라는 레이어 카운트가 많은 서버용 PCB사업을 주로 영위했다. 2000년대들어 중앙처리장치(CPU)의 미세 패턴화와 열처리의 한계 등의 이유로 CPU용 집적회로(IC) 기판 시장이 생겨나자 일찌감치 진출했다. 현재 매출의 50%는 IC기판, 나머지 50%는 PCB에서 발생하고 있다. 마진율이 높은 IC기판의 이익 비중이 70%가 넘는다.IC기판사업은 대만의 유니마이크론과 난야PCB, 일본의 이비덴과 신코, 한국의 삼성전기, 심텍 등 회사들이 주로 영위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은 주로 모바일용을, 대만과 일본의 기업들은 인텔과의 거래를 바탕으로 데스크톱PC와 노트북, 서버향 IC기판 사업을 해왔다.
IC기판은 지난 10여년간 모바일시장 성장과 IC기판의 반도체 전공정 내재화 등으로 정체기를 겪었다. 20여년 전 반도체IC는 PCB위에 직접 실장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IC자체의 구조가 복잡해진데다 신호가 들어가고 나오는 입출력(I/O) 단자 개수가 늘고, 컴퓨터의 동시처리 속도가 향상되면서 IC의 발열현상이 점차 심각해졌다. 이에 복잡한 IC와 단순한 PCB 사이에서 배선을 정리해주고 발열현상을 줄여 줄 중간 기판이 필요해졌다. 여기에서 출발한 게 IC기판 산업이다.
이렇게 복잡한 배선과 발열이 나타는 반도체IC는 과거엔 CPU나 그래픽카드(GPU) 뿐이었다. 따라서 초기 IC기판 시장 수요는 인텔이나 AMD 등 CPU 제작사들이 주도했다. 이후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드는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도 IC기판이 필요해졌다. 메모리시장에서도 IC기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성장세를 거듭하던 IC기판 산업은 2015년경 애플과 TSMC의 기술혁신으로 급격한 침체기를 맞이했다. CoWoS(Chip-on-Wafer-on-Substrate)라 불리는 후공정패키징 기술을 TSMC가 애플 AP향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그동안 IC기판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제공하던 AP용 기판을, TSMC가 전공정 반도체 제조라인에서 한꺼번에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2010년대 접어들면서 PC와 노트북 시장에 정체기에 돌입한 점도 IC기판 산업을 ‘사면초가’에 놓이게 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사는 대신 PC 구매는 줄이면서 CPU와 GPU 생산도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GPU 사용량 증가, 인텔과 AMD의 CPU 패키징 로드맵 변화(인텔의 Foveros, AMD의 Chiplet) 등에 힘입어 IC기판의 사이즈가 매년 평균 20% 이상 커지고 있다. IC기판의 단가를 결정하는 배선 레이어 수 또한 급격하게 증가해 단가가 매년 20% 이상 오를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그런데 CPU와 GPU용 IC기판을 만들 수 있는 생산설비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6개사에 불과하다. 신규 사업자의 진출도 여의치 않다. 기본적으로 ABF라는 원재료 물질과 리소그래피 장비를 공급받는 게 어렵다. 주요 고객인 인텔과의 거래선 확보 없이 시장에 진입했다가는 금방 적자를 볼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IC기판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들의 성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유니마이크론은 인텔과의 거래선을 확보했고,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주요 GPU업체들과의 거래비중도 높은 편이다. 유니마이크론은 인텔보다 AMD에서의 점유율이 더 높다. 서버, 기지국, 스위치, 라우터 장비향 매출비중은 60% 정도로 일본이나 한국 경쟁사 대비 우위에 서 있다.
유니마이크론은 지난 10여년 간의 고난을 뒤로하고 다시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 그동안 어려움을 견뎌내고자 영업비용 및 현금 관리를 굉장히 보수적으로 해 온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물론 대만이나 중국에서 IC기판 시장에 새로 진입을 하려는 업체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모든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공급설비 증설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유니마이크론이 IC기판 부흥이라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임에는 틀림없다.
우건 JK캐피털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