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CEO] 오스코텍 성공 비결은?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 “K-바이오 성공 공식 보여줬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 “‘박세리 키즈’처럼 성공사례 이어질 것”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를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이정규 대표가 항암제 레이저티닙의 기술수출로 주목받은 오스코텍의 윤태영 대표에게 궁금한 점은 무엇일까. CEO들의 대화를 글로 담았다.

인산화 효소(키나제·kinase)는 세포 밖 신호를 세포 속 DNA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인산화 효소의 활동을 막아 잘못된 정보를 DNA에 주지 않으면 질병을 막을 수 있다는 개념의 신약 발굴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경구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화이자의 젤잔즈(Xeljanz)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오스코텍 역시 인산화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의 신약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선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

한국 바이오 기업의 성공 모델 보여준 오스코텍

이정규 대표(이하 이) 오스코텍이 설립된 지 벌써 23년이 됐습니다.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결과도 아주 잘 나오고 있어요. 회사 가치에 대한 평가가 이제야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태영 대표(이하 윤) 기술이전 당사자인 저희가 평가하긴 좀 그렇지만 임상 데이터가 좋게 나오고 있습니다. 임상 단계에 따라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레이저티닙 자체는 경쟁 약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비슷한 효능을 냅니다. 하지만 얀센의 아미반타맙과 함께 쓰이면 확실히 더 나은 약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오스코텍이 한국 바이오 기업의 성공 모델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전임상이나 임상 1상에서 기술이전을 하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후속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방식 말입니다.

윤 제 생각엔 오스코텍이 골프선수인 박세리와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은 있지만 미지의 영역이라고 여겨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LPGA를 처음으로 제패한 것처럼요.
(오스코텍은 2015년 한국 바이오 벤처에선 이례적으로 전임상 전 후보물질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했다. 유한양행은 이를 다시 얀센에 기술이전했다. )

이 오스코텍이 바이오 벤처도 큰 규모의 수출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줬고, 다른 회사들의 기술이전이 이어졌습니다. 유명세도 톡톡히 얻었죠. 윤 그렇습니다. 오스코텍은 2015년 이전엔 소위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기술이전 후엔 회사의 평가가 달라졌죠. 이를 통해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일종의 장학금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윤 기술이전도 경험입니다. 이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죠. 또 공동연구를 하거나 대형 회사를 옆에서 지켜보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죠. 수업료를 내지 않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니는 겁니다. 이런 경험이 다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종의 선순환이죠.

이 레이저티닙의 성공은 큰 귀감이 됩니다. 계주로 따지면 바이오 벤처가 1번 주자가 되고, 한국의 유한양행이 2번 주자, 얀센이 3~4번 주자가 된 것 같습니다.

윤 한국 바이오 벤처의 목표가 임상 3상 통과 후 신약 출시가 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역량이 될진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된 경험도 없고요.
제가 보는 한국 바이오 기업의 르네상스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기술수출한 물질이 신약이 되고, 로열티가 몇 천억 원 단위로 꽂히면 달라질 겁니다. ‘박세리 키즈’가 현재 LPGA를 호령하고 있는 것처럼요.

이 오스코텍엔 지난해에 합류하셨습니다. 1980년대 미국 유학파들은 보통 대학 교수를 했는데 대표님의 이력은 정말 다채롭습니다. 미국의 바이오 벤처에서 대형 제약사로, 한국에선 반대로 대형 제약사에서 바이오 벤처로 옮겼습니다.
(윤 대표는 미국의 바이오 벤처 뉴로진에서 8 년, 글로벌 선두권 제약사인 노바티스에서 8년, 한국의 대형 제약회사인 동아제약에서 8년 동안 일한 뒤 오스코텍 대표 이사로 취임했다.)

윤 당시 왜 교수를 안 하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죠.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나 보면 다 의미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노바티스에선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필요한 초기 과제를 많이 했습니다. 전임상 단계 이전인 물질 탐색(리드) 과정을 담당했죠. 한 과제를 4~5년씩 하는 게 아니라 1년에 한두 개 정도의 타깃을 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다양한 물질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한국과 미국 기업의 문화가 많이 다른가요. 두 문화를 경험한 입장에서 비교 설명 부탁드립니다.

윤 노바티스는 세계 선두권 제약사 중 하나입니다.(지난 달 22일 기준 시가총액 약 218조 원) 전 세계 상위 5위 안에 항상 들어가 있습니다. 국내 최고 제약사들과 인력을 비교하면 5배 정도 더 많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한국의 제약사들과 노바티스의 포트폴리오가 거의 비슷하다는 겁니다.

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겠군요.

윤 두 회사 모두 연구개발 인력과 영업 조직이 있습니다. 여기에 합성의약품 신약, 바이오의약품 신약 등을 모두 다 개발 중입니다. 일부 제약사는 노바티스가 하지 않는 천연물을 활용한 신약도 개발합니다.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일을 하다 보면 결과는 뻔합니다. 전문성이 떨어지죠.

이 연구 인력도 차이가 많이 납니까.

윤 한국 제약사의 연구 인력은 많아야 300명 수준입니다. 이 정도면 미국에선 바이오 벤처로 분류합니다. 미국 바이오 텍은 여러 가지를 하지 않습니다. 한 분야 에 전문성을 높여, 그 부분만 파고든다는 얘기죠.

이 윤 대표님 자신도 특정 분야만 하다가 한국에선 여러 가지를 담당하려니 어려움이 많았겠습니다.

윤 그 문제도 있지만, 한국 제약회사에선 영업 조직의 힘이 지나치게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연구 인력들이 돈을 벌어다준 경험이 없다 보니 힘의 균형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신약을 개발해 수익을 내고 이 돈으로 다시 연구개발을 하는 선순환 구조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노바티스는 연구를 통해 개발한 약물이 수조 원을 벌어다주고, 이 비용을 다시 연구 인력에 투입합니다. 신약 후보물질 열 개 중 하나만 성공해도 박수를 받지만 한국은 그러지 못합니다.

이 회사 문화나 분위기 자체가 변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후배 연구자들에게 큰 조언이 될 것 같습니다.

윤 중국의 바이오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왜 그럴까요. 중국 사람들은 교수가 꿈이 아닙니다. 미국 바이오 기업에 들어가 중국에서 창업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진 문물을 배우죠.
유학 당시엔 ‘중국 내 여건이 좋지 않으니 미국에서 살고 싶어 하는구나’ 싶었죠. 아니었습니다. 선진 문물을 배운 이들이 중국에 돌아가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시각이네요.

윤 적당히 연구하려면 제약회사에 가도 됩니다. 공무원처럼요. 현재 대형 제약사의 연구원이 더 좋은 학벌에 자질이 뛰어날 수 있습니다. 교수도 될 수 있죠.
하지만 오스코텍과 같은 바이오 벤처의 연구원들은 지향점이 다릅니다. 글로벌과 제대로 경쟁해 이기겠다는 것이죠. 회사의 비중 자체가 연구 쪽에 95%가 실려 있습니다.

이 연구 중심 회사인지를 투자자나 연구자들은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군요.

윤 외국에서 유학한 후배 연구자들은 단 5년 정도라도 그곳의 기업에 들어가 일해보기를 추천합니다. 그 경험을 갖고 한국에 오면 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공부한 연구자라면 당연히 한국 바이오 벤처에서 승부를 봐야죠. 진짜 과학을 하고,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 바이오 회사들은 매력적입니다.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죠.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파이프라인 다각화 예정

이 지난해 오스코텍으로 이직하면서 계획한 방향은 무엇인가요.

윤 오스코텍은 레이저티닙과 ‘SKI-O- 703’ 등 몇 개를 제외하고 중간연구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이 없습니다. 전임상 또는 그 단계 전의 파이프라인을 다양하게 가져가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회사를 탄탄하게 하는 것이죠. 국내 바이오 벤처와 공동연구 또는 기술이전을 받아와 연구할 계획입니다.
(오스코텍은 지난 달 22일 울산대의대 창업회사인 아델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아델이 개발해온 타우 항체 타깃의 ‘ADEL-Y01’ 을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로 공동 연구개발 및 상업화하기 위한 것이다. )

이 회사의 30주년, 즉 7년 후 모습은 어떨까요.

윤 7년 후는 너무 짧은데요(웃음). 지금 시작한다면 7년 후에는 임상에 돌입한 후보물질이 1~2개 정도 늘어날 것 같습니다. SKI-O-703을 기술이전하면 제2의 레이저티닙도 가능할 겁니다. 2~3개 정도 기술이전을 했을 겁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도 변할 수 있을까요. 오스코텍 자체를 대형 바이오 기업으로 키울 것인지, 아니면 제노스코와 같은 스핀 오프 기업을 계속 낼 것인지 등이 궁금합니다. 윤 잘 모르겠습니다. 자회사 제노스코와 같은 여러 자회사를 두고 오스코텍은 지주회사로 남을 것인지, 이 회사 자체를 키울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스코텍이 여러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탄탄한 회사가 되어 있으리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