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토막 같은데 '억 소리'…원가 29만원 '그린재킷'이 7억7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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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원가 250달러(약 29만원)짜리 그린 재킷 하나가 68만2000달러(약 7억7371만원)에 팔리는 곳. 겉보기엔 오래된 나무토막처럼 보일 뿐인데 스토리가 붙으면 '억 소리'가 나는 가격표가 붙는 곳. 시리어스 골퍼들의 '끝판왕 취미', 골프 컬렉션의 세계다.
클럽 컬렉션의 아찔한 매력
김귀열 슈페리어 회장
국내 최초 골프 박물관 세워
수집가들이 열광하는 키워드
마스터스와 타이거 우즈
1200점 모아 박물관 세워
서울 삼성동 세계골프역사박물관. 김귀열 슈페리어 회장의 컬렉션으로 꾸민 이곳은 국내 최초의 골프 박물관이다. 골프의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기증한 친필사인 클럽, 박인비의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 퍼터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김 회장은 “나에게 골프는 단순한 비즈니스를 넘어선 일종의 사명(使命)”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년간 세계를 돌며 1200점의 용품을 사모았다.김 회장 같은 ‘컬렉션 덕후’가 많은 곳이 미국이다. 골프용품 전문 경매회사(골든에이지골프옥션)가 있을 정도로 수집가 간 거래가 활발하다. 16세기 이후 쓰인 골동품 골프용품인 ‘앤티크’ 외에도 컬렉터들이 열광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마스터스’와 ‘타이거’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GC는 마치 비밀조직처럼 엄격히 기념품을 관리한다. 우승자라도 그린 캐킷은 1년 뒤 반납하고, 트로피를 가져가려면 복제품을 사야 할 정도다. 초대 대회 우승자인 호튼 스미스의 재킷은 2013년 경매에서 역사상 가장 비싼 가격인 7억7371만원에 팔렸다.‘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발자취를 추종하는 수집가도 많다. 올해 9월 경매에 나온 우즈의 예비 퍼터는 1억7564만원에 팔렸다. 옥션 측은 우즈가 사용한 진품 퍼터가 시장에 나온다면 40억~60억원 정도에 거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돈 안돼도 그냥 좋아”
수제 퍼터는 ‘골프 컬렉터들의 종착지’로 불린다. 스카티카메론, TP밀스, 크로노스, 레이본, 바이런모건, 피레티, 야마다 등이 컬렉터들의 대표적 타깃이다. 국내 최고 퍼터집왕은 자타 공인 블로거 ‘하늘과 땅’으로 유명한 서정복 씨(53)다. 사업가인 서씨는 주로 스카티카메론 퍼터를 모으는데, 투어대회 우승을 기념해 만든 한정판 ‘레플리카’나 ‘서클 T’라 불리는 투어프로 전용 모델이 대다수다. 그가 가장 아끼는 소장품은 1997년 마스터스에서 우즈가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했을 때 270개만 특별 제작한 우승 기념 레플리카 퍼터다. 서씨는 이 퍼터를 손에 넣기 위해 일본까지 날아갔고 며칠 동안 원주인을 설득해 기어코 소원을 ‘성취’했다.이종성 씨(47)는 컬렉터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케이스다. 명품 퍼터를 모으다 아예 세계 유일의 ‘명품 퍼터 편집숍’을 냈다. 그가 운영하는 잠실 롯데 명품관의 ‘퍼터갤러리’는 TP밀스, 야마다, 바이런모건 등 웬만한 명품 퍼터를 모두 취급한다. TP밀스는 아이젠하워, 닉슨, 포드, 레이건, 부시 등 미국 대통령이 사용했던 역사상 최초의 수제 퍼터다.
이씨는 “특수금속인 GSS(독일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2000만원짜리 스카티카메론 한정판 퍼터가 분기에 한 개꼴로 팔린다”며 “200만~300만원대 TP밀스 퍼터를 그립 색만 바꿔 한 번에 25개씩 사가는 젊은 큰손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