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랠리 다시 시동?…숨은 알짜 '소·부·장'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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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엔티, 롤투롤 장비 국산화배터리 관련주가 다시 랠리를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대표주뿐만 아니라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관련주도 상승장에 동참했다. 현재 주가는 저평가됐지만 내년 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발굴할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객사 늘어 내년 영업익 540억 전망
디이엔티, 레이저 노칭 기술 독보적
12개월 선행 PER 5.83배 '저평가'
피앤이솔루션·신흥에스이씨도 주목
< '소·부·장' : 소재·부품·장비 >
국내 배터리 대표주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주가는 5일 각각 4.15%, 5.33%, 4.55% 급등했다. 대표적 배터리 소재 관련주의 주가도 함께 올랐다. 천보(3.6%), 에코프로비엠(5.7%), 포스코케미칼(5.24%), 일진머티리얼즈(3.4%), 엘앤에프(5.4%) 등이다. 하지만 이들 종목은 이미 유명세를 탔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천보가 37배, 에코프로비엠이 36배다.
독보적 기술력으로 시장 개척
배터리 소·부·장 관련 기업 중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대표적인 종목이 배터리 장비 기업인 피엔티다. 피엔티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전극 공정에 필요한 롤투롤 장비를 제작하는 회사다. 회전하는 롤에 소재를 감아 물질을 도포하는 장비다. 매우 얇은 두께의 전극에 코팅 밀도를 높이면서도 소재 변형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공정이 까다로워 과거에는 일본 도레이, 히라노 테크시드 등 일본 기업들이 장악했던 분야다. 피엔티가 장비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물론 중국, 유럽 배터리 제조사와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장비는 배터리뿐만 아니라 동박 제조 공정에도 사용된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피엔티 장비는 SK넥실리스에도 독점 공급되고 있다”며 “배터리 투자 사이클뿐만 아니라 동박 고객사 증설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던 피엔티는 올해 291억원, 내년 5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기대 실적 대비 주가는 저평가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배터리 장비 업체 디이엔티를 코스닥시장 ‘톱픽’ 종목 중 하나로 추천했다. 디이엔티는 디스플레이 검사 장비를 만들던 회사다. 디스플레이 업황이 어려워지자 배터리 장비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배터리 양극재와 음극재를 적절한 길이로 자르고 다듬는 장비를 제작한다. 칼로 제품을 자르는 프레스 노칭 방식이 아니라 레이저로 자르는 것이 핵심이다. 레이저 노칭으로 양극·음극재를 자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디이엔티가 유일하다.지난해 기술을 개발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주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LG화학으로부터 61억원 규모의 양극재 레이저 노칭 장비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LG화학 난징공장이 기존 프레스 노칭 방식인 생산라인을 레이저 노칭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규 증설 라인 외에 기존 생산라인에서도 프레스 노칭 장비를 레이저 노칭 장비로 전환하면서 관련 수주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27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 3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내년에는 292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12개월 선행 PER은 5.83배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
이 밖에 충·방전 공정 장비를 제작하는 피앤이솔루션, 배터리용 안전장치 부품을 만드는 신흥에스이씨 등도 대표적인 실적 개선 기대주로 꼽힌다. 피앤이솔루션은 배터리에 전기가 제대로 주입(활성화)되는지 성능을 검사하는 후공정 장비를 만든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스웨덴 노스볼트 등이 고객사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선정 1차 소·부·장 강소기업으로 선정됐고, 지난달 원익홀딩스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이 회사 지분 35%를 인수했다.
고재연/고윤상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