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2명 살해유기 최신종 무기징역…"용서 못 받을 범행"(종합2보)

재판부 "집행유예 기간에 또 범행…참회·반성하도록 자유 박탈"
방청석 유족들 "너는 왜 숨 쉬니", "내 동생 돌려내라" 눈물
여성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도 약물 복용을 주장하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버틴 최신종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유랑 부장판사)는 5일 강간, 강도 살인, 시신 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최신종(31)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10년, 신상정보 10년간 공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면서 범행 경위와 진술 변동 과정, 재범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경찰에 긴급체포 된 이후 첫 번째로 살해된 피해자와 관계를 진술하지는 않는 등 범행 일체를 부인했었다"며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되자 피고인은 수사기관 조사에서 살인과 시신 유기를 비롯해 금품 갈취, 성폭행 등의 구체적 방법 등에 대해 진술했다.

이는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진술이어서 모순점을 찾기 어렵고 신빙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신종은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수사기관에서 모두 인정했으나 돌연 법정에서 강간과 성폭행 혐의에 대해 발뺌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최신종이 부인한 강도와 강간 혐의에 대해 살폈다.

그는 "피고인은 첫 번째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렸다고 진술하지만, 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제공할 정도의 경제적 상황이 아니었다"며 "피해자가 FX마진거래로 돈을 탕진한 피고인에게 변제받을 것을 기대하고 금팔찌와 돈을 스스로 넘겨줬다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FX마진거래는 두 개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며 환차익을 노리는 위험성이 높은 도박성 거래다. 검찰은 FX마진거래를 통한 자산 탕진을 최신종의 범행 동기로 지목했다.

이어 김 부장판사는 강간 부분에 대해 "피해자의 신체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됐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와 내연 관계라고 하지만 지난해 9월 이후로 연락이 잦지 않았고 성관계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여서 살인 범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피해자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기 위한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집행 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고 유족들은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의 충격과 슬픔은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신종은 여자친구가 이별을 요구하자 흉기로 협박, 성폭행을 한 혐의로 2017년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또 2015년에는 김제의 한 마트에서 금품을 훔친 혐의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살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생명 자체를 박탈할 사정은 충분히 있어 보이지만 국민의 생명을 박탈하는 형을 내릴 때는 신중해야 한다"며 "생명보다는 자유를 빼앗는 종신형을 내려 참회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선고가 끝나고 피고인이 퇴정하려고 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유족은 "내 동생 돌려내라"고 소리를 높이며 하염없이 눈물을 떨궜다.

다른 유족은 "내가 너 가만히 두지 않겠다", "살인자, 너는 왜 숨을 쉬고 있느냐"며 울분을 토하고서 흐느꼈다.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재범 가능성 등을 이유로 사회와 격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최신종에게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최신종은 지난 4월 15일 아내의 지인인 전주 여성 A(34)씨를 성폭행한 뒤 금팔찌와 48만원을 빼앗고 살해해 시신을 하천 인근에 유기한 데 이어, 같은 달 19일에도 모바일 채팅 앱으로 만난 부산 여성 B(29)씨를 살해·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법정에서 살인, 시신 유기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약에 취해 있어서) 필름이 끊겼다. ",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변명을 반복하며 강도,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