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외교는 재수사하라면서…시작된 '탈원전 수사 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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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검찰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및 관련자 압수수색에 대해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야당의 청부 수사"라는 입장을 사실상 당 차원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여권이 합심해 검찰 수사에 정면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 같은 조직적 저항을 뚫고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의 반발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대하는 태도와는 정반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지난 10여년간 자원외교 과정에서 벌어진 경제성 조작 등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이에 따라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 및 두 차례에 이르는 검찰 조사가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 장관도 이에 동조하며 검찰과 윤 총장을 비판했다. 그는 “정책에 대한 사건을 수사선상에 올려 놓는다는 것 자체가 야당의 청부수사 아니냐고 했는데, 내가 볼 때도 이 사건은 권력형 비리가 아니고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정치인 총장이 정부를 공격하고 흔들기 위해 편파수사,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며 “스스로 중립을 훼손하는 언행을 지속하기 때문에 내가 지휘·감독을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대해 감사·수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4일 “국가 에너지 정책을 경제성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난센스 같은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해 취했던 입장과는 정 반대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와 자원 관련 공공기관은 해외 광산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 정부가 무리하게 치적을 쌓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채산성이 없는 광산도 마구 매입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따라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과 유사한 사례다.
민주당은 이런 의혹에 대해 끊임없이 조사와 감사, 수사를 요구했다. 주장이 관철되면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이미 박근혜 정부 때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이번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8년 산업부는 자원개발 관련 사건을 또다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30일에도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자원외교 수사가 2년동안 지지부진하니 검찰이 이를 잘 수사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지켜봐야 한다"고 성토했다.이런 민주당의 태도를 보고 법조계 등에서는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간 자원업계 관계자는 "자원외교의 경우 국제 광물 가격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데,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을 생산하는 암바토비 광산 등은 향후 가치가 높아질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며 "자원외교는 실패해도 광산과 자원이라도 남지, 탈원전은 도대체 뭘 남겼느냐"고 꼬집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고발장이 접수된 후 혐의점이 발견되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통상 절차”라며 “장관과 여당이 구체적인 수사를 콕 집어 청부수사라고 하는 것은 수사팀을 위축시킬 수 있고, 장관의 경우 직권남용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수사팀장 격인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울산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일하며 최근까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에 참여했지만, 지난 1월 중간 간부 인사에서 대전으로 발령났다. 관련 수사를 진행하던 다른 팀원 대부분도 뿔뿔이 지방으로 흩어졌다. 이 부장검사는 앞서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에서 윤 총장과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대전지검 형사5부는 공공사건과 공직 및 기업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로 사실상 옛 특수부의 후신 격이다.
다만 검찰의 수사 역량과 관계 없이 실제 수사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과 정부의 저항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다. 감사원이 보고서에서 증거 인멸을 지시한 인물로 지목한 A국장도 초기 감사 당시에는 "짧은 생각으로 자료를 삭제한 것을 후회한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자료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백운규 전 장관 등 주요 인사들도 일제히 이전 진술을 뒤집으며 언론에 "감사원의 강압적인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흘렸다.
성수영/이인혁 기자 syoung@hankyung.com
여권이 합심해 검찰 수사에 정면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 같은 조직적 저항을 뚫고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의 반발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를 대하는 태도와는 정반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이 지난 10여년간 자원외교 과정에서 벌어진 경제성 조작 등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이에 따라 감사원 감사와 국정조사 및 두 차례에 이르는 검찰 조사가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검찰에 '총공세'
민주당과 추 장관은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한 검찰의 동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는 한경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수사"라는 주장을 수 차례 거듭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에서 수사 의뢰하지 않았고, 국민의힘에서 고발한 사건”이라며 “말하자면 청부수사”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기 직계인 (대전지방검찰청) 형사5부장에게 사건을 배당했다”며 “정책적으로 논의할 사안들을 법원과 검찰에 가져가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추 장관도 이에 동조하며 검찰과 윤 총장을 비판했다. 그는 “정책에 대한 사건을 수사선상에 올려 놓는다는 것 자체가 야당의 청부수사 아니냐고 했는데, 내가 볼 때도 이 사건은 권력형 비리가 아니고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정치인 총장이 정부를 공격하고 흔들기 위해 편파수사,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며 “스스로 중립을 훼손하는 언행을 지속하기 때문에 내가 지휘·감독을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대해 감사·수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4일 “국가 에너지 정책을 경제성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난센스 같은 일”이라고 했다.
MB 자원외교는 지금까지도 재수사하라더니
민주당과 정부의 핵심 주장은 이렇다. "경제성 평가는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원전 폐쇄는 경제성 뿐 아니라 주민 수용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이뤄진 결정"(산업부 입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은 일반적이고 정당한 행정적 행위였고, 이 과정에서 다소 과실이 발견된다고 해도 검찰 수사나 감사 대상은 될 수 없다는 논리다.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해 취했던 입장과는 정 반대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부와 자원 관련 공공기관은 해외 광산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 정부가 무리하게 치적을 쌓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채산성이 없는 광산도 마구 매입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따라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과 유사한 사례다.
민주당은 이런 의혹에 대해 끊임없이 조사와 감사, 수사를 요구했다. 주장이 관철되면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이미 박근혜 정부 때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이번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8년 산업부는 자원개발 관련 사건을 또다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30일에도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자원외교 수사가 2년동안 지지부진하니 검찰이 이를 잘 수사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지켜봐야 한다"고 성토했다.이런 민주당의 태도를 보고 법조계 등에서는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간 자원업계 관계자는 "자원외교의 경우 국제 광물 가격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데,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을 생산하는 암바토비 광산 등은 향후 가치가 높아질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며 "자원외교는 실패해도 광산과 자원이라도 남지, 탈원전은 도대체 뭘 남겼느냐"고 꼬집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고발장이 접수된 후 혐의점이 발견되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통상 절차”라며 “장관과 여당이 구체적인 수사를 콕 집어 청부수사라고 하는 것은 수사팀을 위축시킬 수 있고, 장관의 경우 직권남용 소지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좌천된 검사들', 조직적 방해 뚫어낼까
탈원전 관련 수사를 맡은 대전지검은 전국에서도 수사 역량이 뛰어난 편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방의 한 검찰청이 이런 평가를 받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여권 및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관련이 있다. 추 장관이 이름난 '특수부 칼잡이'들을 좌천성 인사를 통해 이곳으로 내려보냈기 때문이다.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중 하나로 분류된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때 이 지검장은 4차장과 1차장을 지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이 지검장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을 지내며 윤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올 1월 취임한 이후 단행한 첫 인사에서 이 지검장은 대전지검장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다.수사팀장 격인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은 울산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일하며 최근까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에 참여했지만, 지난 1월 중간 간부 인사에서 대전으로 발령났다. 관련 수사를 진행하던 다른 팀원 대부분도 뿔뿔이 지방으로 흩어졌다. 이 부장검사는 앞서 2013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팀에서 윤 총장과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대전지검 형사5부는 공공사건과 공직 및 기업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로 사실상 옛 특수부의 후신 격이다.
다만 검찰의 수사 역량과 관계 없이 실제 수사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과 정부의 저항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다. 감사원이 보고서에서 증거 인멸을 지시한 인물로 지목한 A국장도 초기 감사 당시에는 "짧은 생각으로 자료를 삭제한 것을 후회한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자료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백운규 전 장관 등 주요 인사들도 일제히 이전 진술을 뒤집으며 언론에 "감사원의 강압적인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말을 흘렸다.
성수영/이인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