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세계경제 읽기] 제46대 美 대선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한경DB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첫해인 2020년을 맞으면서 그 어느 해보다 희망과 기대를 갖고 출발했던 세계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태를 맞으면서 절망과 불안으로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다. 유일하게 세계 증시가 바이오와 기술주 업종이 주도하는 ‘BTS 장세(Biology, Technology, Security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가 펼쳐지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 코로나19 사태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경제지표까지 등장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는 크게 올랐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55%, 나스닥지수는 무려 70% 이상 급등했다. 세계 평균 주가 상승률도 5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중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60%, 특히 코스닥 지수는 100%를 넘는다. 업종별로는 바이오와 기술 종목이 많이 올랐다. 주가가 너무 오름에 따라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전통적인 주가평가지표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 상장기업의 PER는 25배로 적정수준인 16배를 훨씬 뛰어넘어 고평가됐다. 특히 BTS 종목의 PER가 높다. 한국의 바이오 종목의 경우 평균 200배가 넘는다.

전통적인 주가평가지표로 설명되지 않음에 따라 주가무형자산비율(PPR·Price Patent Ratio)과 꿈 대비 주가 비율(PDR·Price to Dream Ratio) 등 새로운 평가지표도 나왔다. PPR과 PDR은 바이오 종목처럼 지금 당장 경기와 기업 실적이 뒤따라주지 않더라도 미래에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무형 자산(꿈도 포함)이 높게 평가되면 돈이 몰리면서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지표다.

코로나19 사태에도 BTS 장세가 펼쳐진 것은 각국의 중앙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적극적인 금융완화 정책이 결정적인 힘이 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개발과 관련돼 바이오 업종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택트(비대면), 디지털 콘택트 등이 활성화되면서 기술 업종이 호황을 맞는 것도 BTS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요인이다.특히 각국 중앙은행이 추진한 통화정책의 역할이 크다. 선봉장에 섰던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3월 초 1913년 설립 이후 두 번째로 열린 임시회의를 통해 무제한 채권 매입을 결정해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기준금리도 ‘빅 스텝’ 방식으로 한꺼번에 크게 내렸다. Fed는 제로 수준으로 환원했고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추진해온 ECB와 BOJ도 그 폭을 더 깊게 가져가는 방안을 놓고 고민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모든 정책성 금리를 내렸다. 한국은행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0.5%포인트 인하했다.

BTS 장세가 펼쳐져 주가가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높게 올라가면 코로나19 사태 이후처럼 금융과 실물경제가 따로 노는 이분법 경제에서도 ‘부(富)의 효과’를 통해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금융과 실물경제 간 연계가 강화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마련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코로나19 사태처럼 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추진되는 비상대책으로 한시적 성격이 짙은 정책이다. 이 때문에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풀린 돈을 회수하는, 즉 출구전략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또 다른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美 Fed, 출구전략 추진 위해 세 가지 기준 제시

통화정책상 출구전략과 같은 대변화를 모색할 때 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기준을 명확하게 예고해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출구전략 필요성이 처음 언급될 때 Fed도 이런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일몰조항 중심(sunset based)’, ‘조건충족 중심(threshold oriented)’, ‘경제지표 중심 (data dependent)’ 등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금융위기 이후에는 첫 번째 기준에 따라 1차 양적 완화는 2010년 3월, 2차 양적완화는 2011년 6월, 3차 양적완화는 2014년 10월에 종료됐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은 물가상승률이 2.5%를 상회하고 실업률이 6.5%를 하회할 때다. 통화정책 시차를 감안해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 충족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2015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Fed가 제시했던 출구전략 추진의 세 가지 기준을 코로나19 이후로 적용해보면 양적완화에 해당하는 무제한 채권매입 정책은 시한이 정해지지 않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도 물가상승률이 2%, 실업률이 3.5%로 더 강화됐다. 9월 회의에서 평균물가 목표제 도입으로 Fed로서는 물가 목표를 엄수해야 한다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앞으로 출구전략은 ‘실업률이 언제 3.5%에 도달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Fed의 양대 목표의 이론적 근거가 되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간 음(-)의 관계를 보여주는, ‘필립스 곡선’이 금융위기 이전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양(+)의 관계로 바뀌거나 평탄화됐다.

Fed가 내부적으로 고용시장의 개선 여부를 파악할 때 ‘베버리지 곡선’을 중시한다. 이 곡선은 일반적으로 경기가 호전될 경우 기업의 구인활동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실업률이 하락하는 점을 착안해 구인율과 실업률 간 음(-)의 관계가 있음을 도식화 한 것으로 필립스 곡선과 다르게 고용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이론이다.

하지만 피터 다이아몬드 MIT 교수 등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까지 우하향하던 베버리지 곡선이 위기 이후에는 우상향해 미국 노동시장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 기업들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명확하지 않으면 고용을 늘리는 것을 가능한 한 억제한 것이 주요인이다.

경기 회복해도 고용창출은 어려울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성장률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좌). 이에 따라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필립스 곡선(우) 역시 크게 출렁였다.
더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 등 으로 고용시장에서 보다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점이다.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난 영구 실업자가 38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일본, 한국 등 다른 국가도 영구 실업자가 급증 추세다. 필립스 곡선의 평준화와 우상향으로 전환된 베버리지 곡선이 고착화돼 평균목표물가제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고용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현실이 닥칠 수 있음을 암시한다.

Fed가 가장 중시하는 고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경기회복이 언제부터 이뤄질 것인가가 관건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도 못 되는 짧은 기간에 세 차례에 걸쳐 경기 논쟁이 벌어질 만큼 세계경제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19는 아직까지 그 어느 하나 아무 것도 모르는 외생변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예측기관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1990년대 후반 신경제 시대보다 ‘더 거친 고용창출 없는 경기회복(more harsh jobless recovery)’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용 창출이 제대로 안 된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마련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남긴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Fed와 ECB,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이 마치 입을 맞춘 듯이 더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통화이론(MMT)이 급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MMT는 물가에 문제가 없는 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두려워하지 말고 빚을 더 내 써도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양적완화와 같은 정책이다.

만약 경기와 고용시장이 살아나기 전에 재정지원 중단과 성급한 출구전략이 추진될 경우 ‘국가 부도’와 ‘주가 폭락’으로 상징되는 초대형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직은 폭주 열차가 최선이라는 의미다. 폭주 열차를 멈추기 위해서는 경기와 고용 시장이 궤도에 올라야 하지만 북반구의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코로나19 확진자는 다시 늘고 있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겸 논설위원. 30년 동안 국제경제 분야만 판 전문가다. 한국은행을 거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창립 멤버로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적 예측 기관과 경제 석학, 이코노미스트들과 교류했다. 대우경제연구소에서 세계적인 예측 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 정회원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