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달라"…檢, 모친·아들 살해 후 장롱 유기한 40대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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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간 존엄성 심각히 훼손한 사건"자신의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장롱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 대해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손동환)의 심리로 진행된 허모(42)씨의 존속살해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허씨에 대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검찰은 허씨에 대해 사형 선고가 어려울 경우 25년간의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허씨와 내연 관계인 한모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는) 그 폭력성과 잔혹성, 반사회성이 그대로 표현돼 허씨의 죄질이 극악함에는 여지가 없다"며 "범행 후에도 한씨와 데이트를 하고 술을 마시는 등 반성하지 않았고 치밀하게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도주하고 정당화를 위해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생명의 존귀함은 어떤 가치보다 앞서 존중돼야 할 기본적 가치다. 일단 침해되면 어떤 형벌과 보상으로도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은 그 자체로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히 훼손한다"고 지적했다.검찰은 "무기징역은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한데 허씨는 62세가 되면 가능해진다"며 "허씨의 반사회성과 폭력성에 비춰보면 이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으며 허씨의 재범 우려 또한 불식할 수 없으므로 허씨에 대해서는 극형에 처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허씨는 올해 1월 서울 동작구의 자택에서 70대 어머니와 10대 아들을 살해한 뒤 시신을 장롱에 숨긴 혐의(존속살해·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사건 3개월여 만인 올해 4월27일 장롱에서 시신을 발견한 뒤 허씨를 추적했고 사흘 만에 한 모텔에서 허씨를 검거했다.허씨는 최후진술에서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죽여주십시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달 11일 오전 10시 선고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허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하루하루 피해자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속에서 지내고 있다"며 "피고인이 오랫동안 환청에 시달리고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어 술을 마시며 지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또 검찰은 허씨의 도피를 도와준 혐의(범인도피)로 함께 기소된 한모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한씨는 허씨와 지낸 것은 맞지만 허씨의 범행 사실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