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CFO 전진배치한 LG, 이유는?

권영수 LG 부회장, 배두용 LG전자 부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LG그룹과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인 이들의 공통점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라는 데 있다. LG그룹에서 '재무통'이란 간판은 대표이사로 가는 보증수표로 통한다.

이들 외에도 김영섭 LG CNS 사장, 강인식 LG하우시스 대표(전무) 등 LG그룹 13개 계열사 중 5곳의 대표가 CFO 출신이다. ◆'나무 아닌 숲' 볼 수 있어

재무통 출신 경영자의 장점은 '큰 그림'을 볼 줄 안다는 데 있다. 재무팀에서 기업의 모든 사업 분야를 낱낱이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로 따지면 기획재정부의 일이다. LG그룹 재무팀의 모토 역시 ‘회사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다.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CFO는 기업의 어느 조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재무제표가 어떻게 바뀌는 지 귀신같이 안다"며 "자연스레 시야가 전 사업범위로 넓어지기 때문에 특정 사업에 매몰되지 않고 '숲'을 보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LG는 종합적 판단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는 게 산업계의 평가다. 구광모 회장 체제를 안착시키고 기반을 다져야 할 시기여서다. 2018년 구광모 LG 회장 취임 직후 권영수 부회장이 LG그룹을 운영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발탁 된 것도 그의 ’넓은 시야’ 덕이란 평가가 나온다. 권 부회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 LG화학 LG유플러스를 거쳤다. 모두 LG그룹의 핵심 먹거리다. 권 부회장이 구광모 체제의 핵심 참모 역할을 맡을 적임자로 꼽힌 이유다. 권 부회장은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주력계열사의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CFO 출신 경영자는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장 효율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꿰고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가 대표 사례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의 CFO 출신인 정호영 사장은 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 사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조직 체질개선에 나섰다. 특정 부서나 사업에 대해 미련을 두지 않고 회사에 도움이 될지 여부만 따졌다는 후문이다. 그는 올초 "올해 안에 흑자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뒤 지난 3분기에 약속을 지켰다. LG디스플레이는 매출 6조7376억원과 영업이익 1644억원을 올리며 7분기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LG그룹 주요 계열사가 모여있는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LG에서 CFO로 살아남기

최근 들어 재무의 영역이 회계 세무 계산 뿐 아니라 의사결정에 대한 길잡이 역할까지 넓어지면서 CFO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단순히 숫자만 만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주요 사업과 기술을 전문가 수준으로 파악해야 하는 등 책임이 막중해졌다는 설명이다. 권 부회장은 새로운 계열사에 부임하면 1년 간은 주요업무와 기술을 파악하는 데 매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LG전자와 LG화학에서도 전문서적을 밤새 읽고 공부해 전문가와 토론할 정도의 지식을 갖췄다"고 말했다. 통찰력을 갈고 닦기 위해 인문학을 파고들기도 한다. 김영섭 사장은 그룹 내 한학(漢學) 전문가로 꼽힌다. LG CNS에 부임하면서 '해현경장(解弦更張)'과 '사요무실(事要務實)'이라는 사자성어로 경영방침을 표현했다. '해현경장'은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매듯 느슨해진 태도를 다시 긴장한다는 의미다. '사요무실'은 '일을 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실질에 힘쓰는 것'이란 뜻을 담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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