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김경수 2심도 유죄…민주 "최종 무죄 확신"[종합]

법원 "정치인이 해서는 안 될 일 했다"
김경수에 징역 2년 실형 선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
"도주 우려 없다"…법정구속은 면해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사진)가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야권을 중심으로 지난 대선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6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한 서울고법 재판부는 김경수 지사가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으로 드루킹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은 징역 10월의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김경수 지사가 그동안 재판에 성실히 응해왔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김경수 지사는 지난해 1월 1심에서 댓글조작 혐의에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가 3개월 뒤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 등과 공모해 2016년 12월~2018년 2월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7만6000여 개에 달린 댓글 118만8000여 개의 공감·비공감을 '킹크랩' 프로그램으로 조작해 포털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2018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온라인 여론을 형성해 줄 것을 부탁하며 그 대가로 '드루킹' 김 씨의 측근을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에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도 받는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이례적으로 이번 재판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저희도 알고 있다"면서 "형사 재판은 대단히 간단하다. 사실관계를 가리고 거기에 맞는 형벌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킹크랩 시연을 김경수 지사가 봤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정치적, 사회적 위치가 중하고 재판 결과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법원 재판은 피고인이 기소된 사실을 가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댓글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재판부는 1심부터 쟁점이 됐던 '킹크랩 시연회'를 김경수 지사가 봤다고 판단했다. 김 지사 측은 특검이 특정한 킹크랩 시연회가 있었던 2016년 11월9일 '닭갈비 식사'를 했기 때문에 시연회를 볼 수 없었다고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만일 (드루킹) 김동원이 무고한 피고인을 이 사건의 공범으로 끌어들일 의도로 처음부터 허위사실을 조작하려고 했다면 피고인을 만난 자리에서 구두로 킹크랩 개발 허락을 받았고 당시 목격자도 있었다고 보는 게 훨씬 용이했을 텐데도 굳이 '시연'이라는 일상적이지 않은 이벤트가 있었다고 했다"고 지적했다.재판부는 "김동원 등 드루킹 일당이 피고인의 두 번째 방문 당시 상황과 관련해 서로 입을 맞추고 허위 진술한 사실은 있지만 이를 탓해 그들 진술 전체를 없는 것으로 돌리는 것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재판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드루킹 일당이 피고인(김경수)에게 킹크랩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는 사실이 의심 없이 증명됐다"며 "피고인의 묵인 하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킹크랩'이라는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조직적인 댓글 부대 활동을 용인한다는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지사는 재판부가 이런 판결을 읽어내려가자 납득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거운동이란 특정 선거에 특정 후보자가 있어야 하는데 특정이 되지 않았다"며 "특검 측 논리는 선거 즈음 한 모든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이것은 법을 너무 넓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출직 공무원인 김경수 지사는 업무방해 등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당선 무효가 된다. 대법원 등 상급심에서 이날 항소심 결과가 유지되면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김경수 지사는 판결이 끝난 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머지 진실 절반은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힐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경수 지사는 "(킹크랩) 시연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마지막 의견서에서 제3의 전문가에게 감정을 맡겨볼 것을 제안하기까지 했었다. 그럼에도 이런 요청을 묵살하고 이렇게 판결한 데 대해서 저희들로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도정에는 흔들림 없이 임하겠다"고 했다.

이번 항소심 판결로 정치권에서는 지난 대선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야권은 1심에서 김경수 지사가 유죄를 선고받자 "선거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김경수 지사가 과연 이러한 불법선거운동의 끝일 것인가, 그 다음은 없을 것인가 하는 풀리지 않는 국민적 의혹이 있다. 앞으로 그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했었다.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날 판결에 대해 "'댓글 작업을 알면서도 긴밀히 협력하고 인사를 추천한 것이 명백'하다면서 정작 1심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공직선거법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오늘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김경수 지사의 불법행위들은 모두 인정됐다"면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제라도 국민 앞에 사죄하고 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민주당도 국민에게 공개 사과하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식논평을 통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갔지만 끝내 도착하지 못했다"면서 "김경수 지사는 그간 부당한 억측과 정치적 공세 속에서도 묵묵히 경남도정을 이끌어왔다. 대법원에서 남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늘 그래왔듯 흔들림 없이 도정 활동에 매진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김경수 지사의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상남도'를 든든히 뒷받침하며 350만 경남도민과 나란히 걷겠다"며 "김 지사의 결백과 무죄를 확신하며 진실 규명에 총력을 다 하겠다. 항소심 선고에 거듭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에서 재판 결과가 뒤집히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법원 상고심은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이라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을 새로 하는 게 아니고 앞서 제출된 증거와 증언을 바탕으로 이전 재판에서 법리 해석이 제대로 됐는지 여부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의 경우 새로운 증거 없이 대법원에서 1·2심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드물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