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혐의' 수원여객 前임원 "김봉현, 도피 권유·지원"

"검찰, 강압적 조사"…檢 "변호인 조력 받은 조사가 절반 이상"
이상호 전 위원장 동생 "변제 능력 없어 자살하려다 김봉현에 돈 빌려"
회삿돈을 횡령해 해외로 도피했다가 자수한 수원여객 전 임원이 법정에서 검찰의 강압적인 조사로 원치 않는 진술을 했으며 변호인 참여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수원여객 전 재무이사 김모씨는 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캄보디아에서 귀국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10회가량 연이어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열이 있었고, 유증상 해외입국자라 병원에 3주간 있었다"며 "종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검사뿐이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검사는) 마치 모든 사건이 나 때문에 일어난 것처럼 강압적으로 추궁했고, 서울대 나온 사람이 왜 이렇게 멍청하냐는 소리도 했다"며 "조사관이 '빨리 기소하게 도와줘야 조금이라도 덜 (형을) 살 거 아니냐'고 말해 자포자기 심정으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김씨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등과 공모해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수원여객 회사 계좌에서 김 전 회장이 지배하는 회사 등 4개 법인 계좌로 돈을 보냈다.

김 전 회장은 횡령액 중 89억 원 상당을 스타모빌리티(옛 인터불스) 인수 등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김씨는 횡령이 드러나자 지난해 1월께 해외로 도피한 후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을 전전하다 캄보디아 이민청에 자수해 귀국했다.

김씨는 귀국 후 조사에서 변호인 조력을 못 받고 진술을 해야 했던 상황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접견 권리 등을 모르는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처음 받았으며, 조사 도중 변호인과 상의하는 것도 검사가 막았다고 말했다.검찰은 이에 대해 "조서를 보면 변호인 조력을 받아 진행한 조사가 절반 이상"이라며 "김씨가 변호인 참여를 요청했을 시 제지한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수원 여객에서 빠져나간 돈이 김 전 회장의 횡령 등 범행에 사용된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횡령 혐의가 수면위로 떠오른 후 김 전 회장이 자신에게 해외 도피를 권유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김 전 회장 권유로 도피를 시작했다"며 "김 전 회장은 도피자금으로 초기에 5천만 원을 줬고 이후에는 전세기까지 지원해 주는 등 적극 도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병행심리로 열린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의 재판에는 이 전 위원장의 동생 이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위원장은 자신이 감사로 재직하던 조합이 김 전 회장의 자산운용사 인수에 투자해주는 대가로 동생 회사에서 판매하는 양말 1천800여만원어치를 김 전 회장 측에서 매입하도록 하고 동생 계좌로 5천6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씨는 김봉현 전 회장이 이씨에게 3천만원을 송금한 경위에 대해 "(김봉현 전 회장 소유의) 인터불스 주식 투자로 돈을 많이 빌렸는데 변제할 능력이 없어 자살하려고 하다가 형님(이 전 위원장)에게 읍소하게 됐다"며 "이후 김 전 회장이 전화 통화로 급한 돈이 얼마냐고 물어 돈을 빌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김봉현에게 전화가 걸려와 원금이 회복되면 빌려 간 3천만원을 갚으라고 했다"고 말했다.검사 측은 김 전 회장에게 돈을 빌릴 때 이씨가 차용증을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