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복까지 뺏으려고?…도 넘은 대륙의 '문화 훔치기'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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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네티즌 발 한복 망언
중국 게임 '샤이닝키' 한복 아이템 두고
"중국 소수민족 의상"
한국서 데뷔한 중국 출신 아이돌,
예능 출연해 '아리랑'에 맞춰 춤 추기도
복식 전문가 "한복, 스키타이족의 대표적 복식"
해외에서 높은 평가 받는 BTS·블랙핑크에도 '딴지'
"한복은 중국 소수민족의 전통의상이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한복이 명나라 복식을 베낀 것이라면서 '한국 문화 훔치기'에 혈안이다.
중국 기업 페이퍼게임즈는 지난달 29일 신작 모바일 게임 '샤이닝니키'를 국내 출시했다. 캐릭터를 스타일링하고 메이크업을 하며 친구들과 공유하는 게임이다. '샤이닝니키'는 한국에 게임을 출시하며 게임 캐릭터에 적용되는 의상 중 이벤트로 한복을 출시했다. 이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한복은 중국 소수민족 의상이니 중국 옷", "중국 명나라 의상을 베낀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한국 네티즌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페이퍼게임즈의 공식 입장이었다.
페이퍼 게임즈는 "'하나의 중국'. 기업으로 조국의 입장은 늘 일치한다"면서 "국가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며 적극적으로 중국 기업의 책임과 사명을 다하며 국가의 존엄을 지킬 것"이라며 중국 네티즌 편을 들었다. 그러면서 페이퍼 게임즈는 한복 아이템을 파기, 회수하고 환불하겠다고 공지를 올렸다. 한국 사용자들의 불만과 탈퇴가 끊이지 않자 페이퍼 게임즈는 결국 해당 게임의 한국판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한복 훔치기'가 계속되자 한국 네티즌들은 트위터를 통해 '한복 챌린지' 캠페인을 시작, 한복은 한국 전통 의상이라는 메시지를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똑같은 해시태그를 사용해 "한복은 중국 의상에서 유래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조선 황족 복장은 모두 명나라가 하사한 것"이라며 "고대 한국은 본래 자신들의 의관 제도가 없고 명나라 복식을 개량해 만들었다"고 썼다. 학계에서는 한복의 원류로 기원전 7∼3세기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활동한 유목 민족 스키타이(사카)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있다. 우리 한복의 바지, 저고리 차림은 당시 스키타이족의 대표적인 복식이라는 것이다. 이는 서양의 대표 복식인 그리스복과도 다르며 중국의 대표적 복식과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정치적 저의가 의심되는 만큼 면밀히 조사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복 동북공정론'도 문제지만 개발사 대응은 더 황당하다"며 "중국 네티즌의 거짓 주장에 손을 들어줬고, 국내 이용자에게 비난만 퍼붓고는 서비스를 종료하는 작태를 보였다"고 일침했다.
이어 "환불·보상 절차를 생략한 채 다운로드 차단일만 공지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을 위반한 행위"라며 "해외 게임사가 우리나라에서 막장 운영을 하지 못하도록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복 뿐만 아니다…'아리랑'도 건드렸던 중국
최근 중국 동영상 사이트 유쿠의 댄스 예능 '저취시가무'(Street dance of China)에는 '민족 춤'을 주제로 경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한복과 유사한 형태의 무대의상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부채춤을 췄다.아이치이의 힙합 경연 프로그램 '랩 오브 차이나'(The Rap of China)에서 한 조선족 참가자가 아리랑을 부르며 '조선족 민요'라고 말했다.
국내 네티즌들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조선족의 문화가 일부 공유되기도 하지만 중국 예능에서 마치 '중국의 문화'인것 처럼 소개되는 것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특히 '저취시가무'에는 엑소의 중국인 멤버 레이, 갓세븐의 홍콩 출신 멤버 잭슨, 유니크의 중국인 멤버 왕이보 등 K팝 아이돌들이 출연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중국은 2002년부터 이른바 '동북공정'을 추진해왔다. 자국 동북쪽 영토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다. 5년 뒤 종료됐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이 동북공정을 시도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복의 경우도 '동북공정'의 일환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1년 중국은 '아리랑'을 국가 무형문화유산에 등록하려 했지만 한국 정부가 2012년 아리랑을 먼저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해 한숨 돌렸다.
한·중 네티즌 온라인 '설전'…BTS, 블랙핑크까지 '저격'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수성하고 월드와이드 아이돌로 거듭난 BTS도 중국 네티즌들의 등살에 곤혹을 치렀다.앞서 지난 10월 BTS는 한·미 관계에 공헌한 인물·단체에 주어지는 밴 플리트상 온라인 시상식에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혀 중국인들의 반발을 샀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전쟁 당시 참전한) 중국인들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분노했다. 이후 중국의 대형 물류기업들은 BTS의 제품 배송 거부에 나서 논란이 됐다. 윈다는 자사 웨이보를 통해 배송 중지 사유에 대해 "원인은 우리가 모두 아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BTS와 함께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블랙핑크도 판다와 접촉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블랙핑크 멤버들이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새끼 판다 푸바오와 2016년 한국에 온 판다 화니를 접촉할 때 짙은 화장을 하고 때때로 장갑이나 마스크를 끼지 않았고, 중국의 '국보'로 불리는 판다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중국 네티즌들의 주장이다.이들이 사용한 '#한국 연예인이 잘못된 방식으로 판다를 접촉했다#'는 해시태그는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7억건 넘는 조회수를 올렸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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