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대전'은 빛좋은 개살구?…손님도 주인도 입나온 사연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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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숙박대전 재개 속 여행업계 안팎 '불만' 목소리
▽ 코로나19 재확산에 멈췄던 숙박대전 재개
▽ 영세 숙박업체 "숙박 앱 종속 우려…차등할인에 소외"
▽ 소비자 "펜션 등 숙박대전 비참여업체 많아"
#직장인 박하연(가명)씨는 지난 4일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숙박대전'(이하 숙박대전)을 이용해 포항에서 묵을 펜션을 고르다 한숨을 내쉬었다. 박 씨는 "괜찮다 싶은 펜션들은 (쿠폰) 지원이 안된다"며 "체감상 숙박대전 행사 전보다 가격이 소폭 오른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숙박쿠폰이 적용되지 않으니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 들었지만 결국 미적용된 숙소를 예약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숙박업소 업주들이 모인 한 인터넷카페. 부산에서 모텔을 하는 한 업주는 정부의 숙박대전이 결국 "온라인여행사(OTA) 종속을 부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숙박대전이 소비자의 숙박 앱(운영프로그램) 가입을 유도해 중장기적으로 종속되게 만들고, 낮아진 객단가에 익숙해진 고객들은 앞으로 정상화된 가격에는 투숙하지 않으려 들 것"이라고 토로했다.정부가 지난 4일부터 전국 숙박시설을 예약하면 최대 4만원을 지원하는 '숙박대전'을 재개하면서 업계 안팎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숙박·여행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소비진작 사업이지만 정작 업계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다시 막 올린 숙박대전…영세 숙박시설·OTA '속앓이'
8일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업계는 숙박대전을 통해 총 380억원(정부 280억원·업계부담 100억원)을 들여 숙박시설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객실가격에 따라 7만원 이하는 3만원, 7만원 초과는 4만원의 할인쿠폰을 주는 방식이다.소비자가 인터파크, 야놀자, 여기어때 등 24개 온라인 여행사(OTA) 홈페이지에서 쿠폰을 받아 해당 회사에 등록된 호텔·리조트, 펜션, 농어촌민박, 모텔 등에 묵을 때 할인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미등록 및 해외 OTA가 제공하는 숙박시설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영세 숙박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숙박앱(운영프로그램)이 일반화되면서 떼줘야 하는 수수료가 늘었는데 숙박대전으로 종속도가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투숙객들이 앱으로 미리 결제를 하고 오니 현금결제 수요가 더 낮아질 것이란 토로도 나온다. 단기간에 '반짝 매출'이 발생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관점에서는 '숙박 플랫폼 업계 배불리기·세수 늘리기'란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이번 숙박대전이 객실가격에 따라 할인쿠폰이 차등지원되면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숙박업소에는 고객이 들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점주는 "쿠폰이 차등지원되다보니 (1만원 더 할인받을 수 있는) 고급 시설을 갖춘 호텔들로 투숙객이 몰리고, 11만원짜리 업장이 16만원으로 올려받는다는 식의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아이디 gu******)
그렇다고 숙박대전에 참여하는 OTA업체들도 표정이 밝지 않은 분위기다. 자사를 통해 예약하는 투숙객이 늘어날 수록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늘기 때문이다. 특히 장당 3만원인 할인쿠폰의 경우 정부 예산 지원금은 2만원, OTA와 숙박시설은 1만원을 자부담 형태로 부담해야 해 상대적으로 업계 부담이 큰 편이다. 통상 OTA의 수수료가 숙박료의 10~15%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부담금을 제외하면 절대 남는 장사가 아니란 게 일부 OTA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숙박시설과 OTA가 분담금을 최대 50%까지 나눌 수 있는 점, 적자가 발생할 수 있는 7만원 이하 숙박에 적용되는 3만원 할인쿠폰은 전체 쿠폰 중 20%에 불과하다는 점 등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숙박시설이 OTA에 수수료, 광고비(판촉비) 등을 지불하고 있는 만큼, 자부담금을 나누기 어려운 구조이고, 특히 3만원권 할인쿠폰 적용업체들은 부담을 OTA가 떠안아야 한다고 OTA측은 토로한다.
숙박대전에 참여한 한 OTA 관계자는 "마진을 덜어내며 숙박대전 기간 일부 손실 발생을 감안해야 하는 구조"라며 "숙박대전으로 인한 실적 기대는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숙박대전 기간 적극적으로 여행 수요를 늘리고 나선 소비자들도 모두 만족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낮아진 숙박료를 기대하고 OTA를 찾았는데 지역 숙박업소 가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지역 맘카페에 글을 올린 한 소비자는 "비수기인데도 일부 지역 펜션 가격이 예전보다 비싸진 느낌"이라며 "호캉스(호텔+바캉스)로 계획을 바꿔야 하나 고민중"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네이버아이디 po******)
전문가 "숙박대전 노린 '꼼수'는 자정 필요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진통에도 불구하고 숙박대전이 코로나19 사태 속 여행 수요를 자극하는 촉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최충범 세종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숙박과 관광은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전반적으로 숙박업소가 있는 지역의 관광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외출을 못하던 사람들이 특정지역에서 숙박을 하면서 그 지역 명소에 놀러 가 바람도 쐬고 외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도 "숙박대전은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지역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속 방역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만큼 상대적으로 대형 호텔 등 시설이 좋은 숙소에 투숙객이 더 높은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훈 교수는 "대형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 등 숙박업소 규모에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방역이 철저하게 검증된 곳에 수요가 더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형 업소들은 해당 숙박업소의 위생상태가 깨끗하며 방역지침도 철저히 지켜진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부 숙박업소가 숙박대전을 앞두고 가격을 올린 '꼼수'에 대해서는 업계 자체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훈 교수는 "정부는 관광숙박업계가 활성화되도록 지원책을 만들고, 민간 차원에서 자정 노력을 해야한다"며 "민간 협회나 단체 차원에서 이 같은 꼼수를 방지하고 스스로 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충범 교수 역시 "통상적으로 수요가 많아지면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만큼 숙박대전 프로모션으로 일부 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번 프로모션의 경우 특수한 상황이니만큼 정부기관의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OTA업계도 모니터링에 나선 상황으로 전해졌다.김석 한국관광공사 관광복지센터장은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가격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숙박업체에 당부했고 꾸준히 모니터링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판단되면 가격을 정상화하도록 안내하거나 프로모션 대상 업체에서 퇴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정민/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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