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중동 긴장 완화되나…이란·팔레스타인에 훈풍

미국, 이란 핵합의 복귀 추진할듯…이스라엘 편향정책도 변화 예고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세계적 분쟁지역인 중동 정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웨이' 외교에 따른 중동 혼란이 진정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전임 트럼프 대통령과 뚜렷하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는 중동 현안은 미국과 이란의 관계다.

현재 세계적 강대국 미국과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은 날 선 대립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한다고 선언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복원했다.

이란은 2015년 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독일과 핵합의를 타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핵합의가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에 미흡하다고 주장하며 이란을 경제·외교적으로 압박해왔다. 이란과 맞서는 친미 국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원하는 행보다.

더구나 미국은 올해 1월 이라크 바그다드공항에서 무인기를 동원해 이란 군부의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폭사시켰다.

이에 이란군이 이라크 내 미군 주둔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때 전쟁 위기가 고조됐다. 또 지난해 원유 수송로인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이 군사적으로 대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일단 이란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을 '위험한 실패'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을 동맹국으로부터 따돌림당하게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이란 핵합의의 운명이 주목된다.

미국 민주당은 올해 8월 발표한 정강정책에서 이란 핵합의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기 미국 정부가 핵합의 복귀를 추진하고 이란에 대한 재재를 완화할 경우 중동 정세의 긴장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은 중동의 오래된 난제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도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에서 벗어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팔레스타인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2018년 5월 이스라엘의 지중해 도시 텔아비브에 있던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면서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의 거센 반발을 샀다.

또 올해 1월 팔레스타인이 제한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하는 요르단강 서안 내 일부 지역에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다.

게다가 트럼프 정부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등 국제기구를 통한 팔레스타인 지원을 크게 줄였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도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한 이른바 '예루살렘 선언' 이후 3년 가까이 미국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상실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바이든 후보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팔레스타인자치정부와 대화를 모색하고 협상을 통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경제적·인도적 지원을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예루살렘 문제가 미국 정부와 팔레스타인의 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든 후보 측은 이슬람교뿐 아니라 기독교, 유대교의 공동 성지인 예루살렘에 세워진 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은 팔레스타인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문제다. 팔레스타인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빼앗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국 건설을 바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