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대상 석권 김태훈 "처음엔 재미없던 골프로 최고의 한 해"

프로야구 강타자 출신 김준환 전 쌍방울 감독이 큰아버지
"10월 미국 투어 출전하지 않고 국내 대회 전념한 것이 주효"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20시즌에서 상금과 대상 포인트를 석권, 2관왕에 오른 김태훈(35)은 초등학교 재학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의 큰아버지는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에서 강타자로 이름을 날린 김준환 전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이고, 캐디를 맡은 아버지 김형돈 씨도 축구 선수 출신인 '스포츠 가족'이다.

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김상희와는 사촌지간이다.

8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KPGA 코리안투어 2020시즌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에서 공동 9위에 오른 김태훈은 "처음에는 골프를 시작하고 정말 재미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큰아버지인 김준환 전 감독의 권유로 아이스하키 스틱 대신 골프 클럽을 잡았다는 그는 "아이스하키가 워낙 격한 운동인데 제가 그런 운동을 좋아한다"며 "처음 골프를 시작했을 때는 연습장에서 공도 못 치고 스윙 연습만 하니까 너무 재미가 없더라"고 회상했다.

2016년 최진호(36) 이후 4년 만에 KPGA 코리안투어 상금과 대상 포인트 2관왕에 오른 김태훈은 "그래도 집에서 골프를 시킨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쳤다"며 "예상보다 골프에서도 성적이 금방 나와서 다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뿐 아니라 제가 살면서 올해가 최고의 한 해"라며 "시즌 상금 5억원을 돌파하자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그래도 대상, 상금 등 2개 부문을 제가 다 가져가서 기쁘다"고 웃어 보였다. 시즌 최종전까지 상금, 대상 부문 경쟁을 한 후배들인 김한별(22)과 이재경(21)에게는 "형은 나이가 있으니까"라며 "두 선수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김태훈은 10월 중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 출전 자격이 있었지만 포기하고 국내 투어에 전념했다.

반면 김한별과 이재경은 미국에 다녀오느라 10월 말에 열린 비즈플레이 전자신문오픈에 출전하지 못했고, 이번 대회에도 개막을 하루 앞두고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나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태훈은 "저는 연습을 못 하면 티가 많이 나는 편이라 미국에 다녀왔다면 아마 두 선수보다 아래 순위에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상 포인트 1위를 차지한 김태훈은 2021-2022시즌 유러피언투어 출전 자격을 얻게 됐다.

그는 "1년 뒤에 유럽에 갈 수 있기 때문에 그전까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2021년에는 국내 투어에 열심히 다니면서 좋은 성적을 내면 자연스럽게 유럽 투어에 대한 대비가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2007년 프로 데뷔 이후 계속 캐디를 맡는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뜻도 전했다.

드라이버 입스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2013년 프로 첫 승을 따내는 등 어려웠을 때나 요즘처럼 잘 될 때 모두 아버지와 함께한 김태훈은 "한 번씩 라이도 거꾸로 알려주시기는 하지만…"이라고 웃으며 "묵묵히 골프장에서 전문적인 캐디 역할을 잘 해주셔서 항상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했다.

또 "유럽에 가면 다른 캐디를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되고 아버지가 캐디를 원하시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며 "제 골프 인생에서 앞으로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제네시스 차량을 부상으로 받았고, 이번 대상 포인트 1위로 또 차량을 받게 된 그는 "남자 골프 부흥을 위해 애써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남자 선수들 모두 노력과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스폰서에 대한 감사의 뜻도 잊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