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여행업 어찌하오리까

이관우 문화스포츠부장
여행업계의 사투(死鬪)가 눈물겹다. ‘업(業)의 종말’을 이야기할 만큼 처절하다. 한 여행사 대표는 말했다. “여행사란 개념은 코로나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게 더 고통스러운 현실이다. 그동안은 정부 지원으로 버텼다. 고용유지지원금, 저리융자가 산소호흡기 노릇을 했다. 6개월이 지나도, 1년이 다 돼가도 달라진 게 없자 한계에 부닥쳤다. ‘매출 제로(0)’ 속에서도 비용은 계속 지출된다. 평소엔 당연했던 임차료, 시설유지비, 4대보험료, 10%의 고용유지 분담금이 지금은 숨통을 죄는 고통이다.하나투어는 폭풍우를 잘 견디면 업계 1위가 더 견고해질 듯했다. 이젠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1832억원이던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올해는 1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른 곳은 말할 수준도 못 된다. 2분기 매출 5억원을 넘기지 못해 주식거래정지를 당한 롯데관광개발, 세중이 그 짝이다.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업계

그렇다고 맘대로 문 닫을 수도 없다. 그간 받은 정부 지원금을 다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폐업한 여행사(720개)가 지난해 같은 기간(713개)보다 크게 늘지 않은 미스터리가 이 대목에서 풀린다.

절망에 저항하는 몸부림이 그래서 더 안쓰럽다. 오죽하면 ‘가짜여행’이라 불리는 ‘목적지 없는 비행’을 만들었을까.한 가닥 희망을 품는 게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이다. 방역 안전이 확인된 나라끼리 협정을 맺어 상대방 국가를 방문한 이들에 대해 방역을 어느 정도 완화해주자는 얘기가 흘러나와서다. 이미 홍콩과 싱가포르는 그런 약속을 서로 맺었다. 이들은 ‘방역 선진국’으로 통하는 한국에도 버블 연대를 제안한 상태다.

정부의 선택은 오리무중이다. 무소식을 예상 못한 것도 아니다. ‘코로나 계엄’을 방불케 하는 완전한 국가 통제를 기대하고 있는 마당이니,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선뜻 자처할까.

업계도 구하고 나라도 구하는 해법은 어렵다. 그러나 찾으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게 문제다. 트래블 버블보다 훨씬 사소한 업계 민원을 처리하는 속도를 보면 그렇다. 항공·여행업계는 최근 시도한 목적지 없는 비행의 확대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국토교통부, 법무부, 관세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협의가 시작되지 않았다. 여태껏 나온 게 “국정감사 때문에 협의가 늦어졌다. 기다리라”는 설명뿐이다.

귀 기울여 듣는 게 먼저다

대만은 이미 우리 땅 제주 상공을 즐기고 간 마당이다. 그들은 이 가짜여행에서 자기네 출국장 면세점은 물론 기내 면세점까지 이용했다. 대만 정부가 업계의 어려움을 우선 고려해 전향적 허가를 해준 덕분이다. 대만은 되는데 우리는 안 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

점점 분명해지고 있는 건 정부가 이런 유의 해법 찾기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숙박할인권, 여행쿠폰 수백억원어치를 뿌리는 결정이 한달음에 나오는 것과는 대조적이어서다. “항공사나 면세점은 다 대기업이잖아요. 그게 (정부) 코드로 보면 최우선일 수 있겠어요?”

이런 뒷말이 나오는 걸 알고는 있을까. 그럼에도, 정부를 두둔하는 업계 대표의 말이 가슴을 친다.“정부는 뭔 죄가 있겠어요. 다 코로나가 처음인데, 버블이든 뭐든 그냥 가타부타 빨리나 결론 내줬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돈인데, 기대를 차라리 하지 말게요.”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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