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반전카드 '닭갈비 포장'…판결 못 뒤집은 까닭은

김 지사 "닭갈비 포장 산채서 식사…시연 볼 시간 없었다"
법원 "드루킹 일당 일관된 진술…식사 인정 안 돼" 결론

김경수 경남지사가 허익범 특별검사의 주장을 뒤집기 위한 회심의 '반전 카드'로 제시한 닭갈빗집 사장의 증언이 재판부의 유죄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항소심에서 식당 사장의 증언은 김 지사가 일명 '드루킹' 김동원씨로부터 댓글 순위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뒤집을 유력한 증거로 주목받았다.
◇ 닭갈빗집 사장 증언 내용은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지사의 혐의는 드루킹 일당(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과 공모해 2016년 11월 무렵부터 킹크랩으로 인터넷 기사댓글을 조작해 포털 사업자들의 영업을 방해했다는 내용(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이다.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으면 사실상 유죄 인정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에 김 지사는 킹크랩 시연을 참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연히 시연 참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 '산채'를 두 번째로 방문했던 2016년 11월 9일 경공모 회원들과 저녁식사를 했는지가 항소심을 가를 관건이 됐다.

특검은 김 지사가 당일 오후 7시께 산채에 도착해 1시간가량 경공모 회원들과 드루킹으로부터 경공모 활동을 브리핑받은 뒤 드루킹과 둘이 남아 30분가량 킹크랩 시연을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특검은 경공모 회원 양모씨가 당일 오후 5시 50분께 닭갈비 15인분을 결제한 영수증을 증거로 내면서 김 지사 도착 전 경공모 회원들이 미리 식당에서 식사한 흔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김 지사는 식당 사장을 증인으로 불러오면서 경공모 회원들이 매장에서 식사한 것이 아니라 닭갈비를 포장해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식당 사장 홍모씨는 지난 6월 22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경공모의) 닭갈비 영수증에 찍힌 테이블 25번은 가공의 테이블로 포장 판매할 때 쓰는 번호"라고 설명했다. 홍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김 지사는 당일 오후 7시 40분까지 경공모 회원들과 산채에서 닭갈비로 저녁식사를 했고, 이후 9시까지 드루킹의 브리핑을 받았다며 킹크랩 시연을 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맞섰다.
◇ 재판부 "`닭갈비 포장'만으로 식사했다고 볼 수 없어"
새로운 증언에도 불구하고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김 지사가 산채에서 저녁식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김 지사가 "두 차례의 산채 방문 가운데 한 차례 고기를 구워 먹은 것 외에는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게 발목을 잡았다.

김 지사가 첫 번째로 산채에 방문한 2016년 9월 28일은 경공모 회원이 한우를 결제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피고인이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고기를 1회 구워 먹은 것으로 기억하는 날은 (첫 번째 방문인) 2016년 9월 28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봤다.

경공모 회원 대부분이 김 지사가 시연회 당일 함께 식사하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이들은 특검 조사에서 "음식을 포장해왔을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끼리 식사하고 김 지사를 기다린 것 같다", "김 지사가 늦게 와서 함께 식사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진술할 당시 피고인의 식사 여부가 쟁점이 되지 않았고 특검이 주장하는 킹크랩 시연 로그기록도 아직 확인되기 전이었다"며 "피고인의 식사 여부를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