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에서 발휘될 바이든의 정치력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제럴드 세이브 < WSJ 칼럼니스트 >
올해 미국 대선은 얼핏 보면 정치를 대혼란으로 빠뜨린 것처럼 느껴진다. 국가의 분열이 커져 행정부조차 분리된 정부가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를 선언한 지금 다른 광경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실제 일을 하는 데 작동할 수 있는 양당 간 연계 구도의 모습이다. 상원은 민주·공화 양당이 거의 균등하게 나뉘게 됐고 하원도 양당의 온건파들이 세력을 얻는 구도로 짜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상황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고, 트럼프 캠프는 선거 결과를 놓고 곧바로 법정투쟁으로 갈 뜻을 분명히 했다. 상원을 어느 당이 지배할지도 노스캐롤라이나, 알래스카, 조지아주의 결과가 나와봐야 알 듯하다. 그래도 공화당은 남은 4석 중 최소 3석을 이길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상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미치 매코널 의원도 상원 원내총무 자리를 계속 맡을 태세다. 바이든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 시절보다 의회에서 민주당 지원이 오히려 줄어드는 형국을 맞이한다.

양당 온건파들의 영향력 세져

그동안 바이든 당선인에게 항상 걸림돌이었던 당내 진보세력을 그가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였다. 이 진보세력은 민주당 경선 이후 중도파인 바이든 당선인을 좌편향으로 만들려고 애써왔다. 하지만 대선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바이든은 이제 진보정책이 아니라 자신의 정책에 더욱 확실한 권한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그의 대선 실적은 민주당 전체 실적보다 훨씬 나았다. 당내 진보세력이 세법과 기후 변화, 헬스케어에 대해 큰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원에서 공화당의 영향력이 커졌고 하원에서도 공화당 의석이 늘어났다. 어느 당이 절반을 넘는다 해도 1~2석밖에 차이나지 않은 상원에선 양당 온건파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온건파들은 잠재적으로 초당적 행동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과 매코널도 오바마 정부 시절 수년 동안 손발을 맞춰왔다. 예산 협의가 난항을 겪을 때면 두 사람은 오랫동안 독대하며 장애물을 비켜가는 방안을 들고 나타나곤 했다.

물론 이런 시각들은 앞길을 너무 낙관적이거나 순진하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해도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적의를 불태우고 민주당 및 이 당과 타협하는 공화당 멤버를 상대로 싸움을 걸 수 있다.

민주당내 분란 등 장애물 많아

민주당 내에서도 강경한 진보파는 당 의석이 줄어들게 된 선거 결과에 대해 생각을 고쳐먹을 조짐이 전혀 없다. 반면 민주당 온건파는 공화당에서 사회주의라고 낙인찍는 정책을 옹호한 게 당의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여전히 자신의 당내 세력 투쟁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매코널 원내총무가 마음만 먹으면 방해하는 인물이 될 수도 있다. 바이든이 지명하는 판사와 각료 인준을 막을 힘을 지닐 것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메릭 갈런드의 대법관 인준을 막았다. 확률은 작지만 공화당이 민주당과 제휴해 바이든의 재판관 및 각료 지명을 방해하려고 한다면 초당적 우호 관계에 대한 기대가 산산조각 난다.

바이든 당선인은 복잡한 권력 구조가 확산되는 가운데 취임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그가 현명하고 노련한 정치 수완을 가졌다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정리=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제럴드 세이브 WSJ 칼럼니스트가 쓴 ‘How Biden Could Turn a Fractured Picture to His Advantage’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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