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집단소송 참여한 아파트 주민 1천여명 개인정보 유출(종합)

법원 발송 서류에 전체 주민등록번호 기재…"범죄 악용되면 어떡하느냐"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참여한 아파트 주민 1천여 명의 개인정보가 법원의 서류 전달 과정에서 유출돼 파문이 인다. 9일 광주 광산구의회와 LH 등에 따르면 광산구 운남동 한 아파트단지의 주민 1천74명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를 호소한다.

주민들은 올해 7월 법원으로부터 소송비용 확정 의견서를 전달받았는데 70여 쪽 분량의 명단에는 1천74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기재됐다.

이들은 2012년 LH를 상대로 임대 후 분양가 일부를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전달된 서류는 민사를 제기했다가 패소한 주민 1천74명이 소송비용을 연대하여 부담해야 한다며 LH 측이 법원을 통해 전달한 통지문 성격이다.

주민들은 명단이 서류에 포함된 취지를 이해하나 1천74명의 주민등록번호 13자리 등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전부 공유하도록 한 방법을 두고는 신중치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 A씨는 "주민등록번호가 빼곡히 담긴 서류뭉치를 받았을 때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연합뉴스 통화에서 말했다. A씨는 "1천명이 넘는 사람이 받았으니 행여나 범죄에 악용되기라도 하면 어떡하느냐"며 "명단을 만들 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7자리는 지우는 융통성이라도 발휘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서류를 발송한 광주지방법원은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일으킨 명단의 생산 주체가 LH 측이라고 해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LH 측이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면서 피신청인 1천74명의 명단 등을 첨부 자료로 제출했다"며 "법원은 접수한 자료를 별지에 포함해 발송만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천여 명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발송 전 검토 과정에서 LH 측에 수정하도록 반려 처분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절차적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LH 측은 개인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해 "소송비용을 확정하고 지급 책임자를 특정하기 위해 원고들의 정보를 그대로 기재한 것"이라며 "발송 주체가 법원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운남동에 지역구를 둔 광산구의회 공병철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 주민을 대표해 이번 문제의 책임 소재를 끝까지 밝히겠다"고 말했다. 공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LH 측이 신청한 소송비용 확정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공기업인 LH와 국가기관인 법원은 성의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