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까다로운' 화이자 백신…영하 70도서 보관 못하면 '맹물'

mRNA 백신, 타 백신보다 취급요건 까다로워
존스홉킨스 연구원 "유통망이 최고 난관 될 것"
이미 온도 못 맞춰 버려지는 백신 50%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에 대해 코로나19 예방에 90% 효능이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증시는 시큰둥한 모양새다.

미 증시도 화이자의 시험 결과 보도가 나온 직후 급등했다가 대부분 상승폭을 반납했다. 이중 일부는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이 향후 대량 유통돼 많은 사람들이 접종하긴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화이자 백신, 영하 70도 유지되야 효능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에 대량 유통 가능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화이자가 개발중인 백신 후보물질이 mRNA 기반이라서다. mRNA 기반 백신은 다른 유형 백신보다 취급이 까다롭다. 백신의 코로나19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화이자가 앞서 미 질병통제에방센터(CDC)에 알린 자사 백신 후보물질 보관요건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후보 물질인 BN1162b2와 BN162b2는 영하 70℃ 보관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또다른 mRNA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모더나는 자사 후보물질 mRNA-1273은 영하 20도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알렸다.

다른 제약사도 코로나19 백신을 만들고 있지만 mRNA 기반이 아닌 경우엔 mRNA 기반 백신보다 유통 조건이 무난한 편이다. 존슨앤존슨이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 사례가 그렇다. 아데노바이러스 기반이라 냉장 보관으로도 유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과는 다른 '콜드체인' 필요

기존 독감백신 수송·보관 적정 온도는 섭씨 2~8도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이 대량 유통될 경우 기존 독감 백신 저온 유통망(콜드체인)은 사실상 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존에도 '초저온' 유통망으로 의약품이 배송되는 경우는 있다. 세포 기반 의약품 등 일부 특수 의약품의 경우 액체질소나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해 배송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확산세가 세계 각지에 퍼져있다는게 문제다. 코로나19 백신 수요량은 수요가 한정된 특수 의약품에 비해 수요량이 훨씬 많을 전망이다.

각국이나 의료기관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릴 경우 공급망 일부 구간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관건이다.코로나19 백신이 생산되면 운송트럭을 통해 공항으로 운반하고, 항공기를 통해 각국에 보내게 된다. 도착지에서 이를 하역해 또 트럭으로 옮긴 뒤 백신 전용 창고에 보관하고, 이를 개별 의료기관에 다시 운반한다. 이때 백신 생산지의 특정 공항에 배달해야 할 백신이 몰릴 경우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창고가 부족해질 수 있다.

아메쉬 아달자 존스홉킨스 건강안보센터 선임연구원은 "백신 유통망이 이번 백신 공급에 가장 어려운 요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 대도시 병원에서도 초저온으로 백신을 대량 보관할 저장시설이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 유통엔 난관 '여럿'

이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돼도 전세계적 공급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개발도상국이나 빈국의 경우 코로나19 mRNA기반 백신의 효능을 저하시키지 않고 운반할 수 있는 콜드체인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전기 생산시설이나 송전시설이 부족한 일부 빈국에선 정전 등의 이유로 백신 창고 온도를 맞추지 못할 수 있다. 백신을 소규모로 운송·보관하는 과정에서도 적정 온도를 지키지 못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미 전세계에 유통 중인 백신의 최대 50%가 유통과정에서 온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폐기되고 있다. 작년 한 연구에선 이 비율을 25%로 추정하기도 했다.

온도 못 지킨 화이자 백신 맞으면 어떻게 되나

유통 과정에서 적정 온도 유지가 되지 않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중증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mRNA 기반 백신은 병원체가 아니라 병원체와 비슷한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는 물질(mRNA)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죽은 바이러스 물질을 활용하는 '사백신'보다도 온도 변화시 위험이 낮다는 평가다.
하지만 온도를 못 맞춘 경우 효능도 없어진다. 기껏 확보한 백신이 '맹물'이 된다는 얘기다. 이 경우엔 막대한 재정적 손해는 물론 지역 일대 면역을 늦출 수 있다.CDC 소속 전염병 전문가인 캐슬린 둘링 전문의는 "mRNA 백신은 보관, 유통, 취급 요건 등 매우 까다로워 지역사회 의료시설에선 취급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은행 SVB 리링크는 "3차병원이나 전문 의료연구기관에서는 예방접종을 할 수 있겠지만, 이대로라면 전체 인구의 극히 일부만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