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늘리고 400야드 펑펑…11월의 마스터스 '장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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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거스타내셔널서 개막“공이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디섐보, 연습라운드 코스 폭격
파4홀 3번 우드로 그린 넘겨
롱 아이언은 사용하지도 않아
PGA투어, 존슨 우승 1순위
매킬로이,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
12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GC(파72·7475야드)에서 열리는 ‘11월의 마스터스’를 앞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의 말이다. 11월에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라운드를 해봤다는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추웠다”고도 했다. 그는 올해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서 2년 연속 우승이자 대회 통산 6승에 도전한다.
11월의 마스터스 ‘장타와의 전쟁’
우즈는 대회 최초의 ‘두 차례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할 정도로 오거스타 골프장과 친하다. 하지만 “이번엔 완전히 다른 대회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우즈의 우려처럼 11월의 마스터스는 날씨 변수로 장타자들이 ‘어드밴티지’를 안고 경기할 가능성이 높다.제84회 마스터스는 첫해인 1934년, 3월 말에 대회가 열린 것을 제외하면 항상 4월에 개최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를 미뤘다가 11월에 열게 됐다. 4월 최고 25도까지 올라가는 기온은 11월에는 최고 19도 정도에 머물 전망이다. 최저 온도는 10도 밑으로 내려간다. 추우면 공이 덜 날아간다.도박사들이 ‘괴물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에게 베팅하는 배경이다. 그는 최근 연습라운드에서 400야드에 가까운 티샷을 뻥뻥 때려 동반자들을 놀라게 했다. 350야드인 3번홀(파4)에선 3번 우드로 티샷해 그린을 넘기기도 했다. 미국 골프채널은 “디섐보가 연습라운드 (파4홀) 세컨드 샷에서 7번 아이언보다 긴 클럽을 잡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멀리 치는 것뿐만 아니라 정확하다. 골프채널에 따르면 그는 연습라운드에서 페어웨이를 딱 한 번 놓쳤다.
마스터스 전 약 두 달 가까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거리를 더 늘리려고 연습해 온 48인치 샤프트는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연습라운드 때 그는 이전까지 쓰던 45.5인치 샤프트를 장착해 경기했다. 디섐보는 골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48인치 샤프트를 낀 드라이버 사용법을) 거의 다 익혔다”면서도 “완벽하진 않았다”고 했다. 골프채널은 “48인치 드라이버 없이도 디섐보는 오거스타내셔널GC의 한계를 시험할 준비가 됐다”고 적었다.
PGA투어는 “존슨 우승”에 베팅
마스터스에서만 3승을 올린 ‘백전노장’ 필 미컬슨(50·미국)도 변칙적인 방법으로 이번 대회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외신들은 그가 디섐보와 마찬가지로 47.5인치 드라이버를 시험 중이라고 전했다. 미컬슨은 “기온과 습도 등을 고려할 때 드라이버 캐리 거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세계랭킹 1위이자 ‘원조 장타자’인 더스틴 존슨(36·미국)의 우승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도박사들과 달리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파워 랭킹’을 발표하며 존슨 이름을 제일 위에 적었다. 디섐보는 6위였다. 존슨은 US오픈 이후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치료 후 복귀한 지난주 휴스턴오픈에서 공동 준우승을 차지해 ‘마스터스 전초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장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을 이어간다. US오픈, PGA챔피언십, 디오픈을 제패한 그는 마스터스에선 2015년 4위가 최고 성적이다.
이들을 포함해 올해 마스터스에는 총 92명의 선수가 경기한다. 호아킨 니만(22·칠레), 2017년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40·스페인)는 대회 직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출전하지 못한다. 임성재(22), 안병훈(29), 강성훈(33), 김시우(25) 등 4명이 한국 선수 첫 승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가장 좋은 성적은 2004년 최경주가 기록한 단독 3위였다. 해가 짧아져 3명이 한 조로 1번홀에서 출발하던 경기 방식도 바뀐다. 올해는 1번홀과 10번홀에서 오전, 오후 조로 나눠 경기한다.한편 디펜딩 챔피언인 우즈가 올해 마스터스에서 정상을 지킨다면 여러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PGA투어 통산 83번째 우승으로 역대 최다승 단독 1위로 올라서고, 잭 니클라우스(6회 우승)와 함께 역대 마스터스 최다 우승 타이를 이루게 된다. 또 니클라우스(메이저대회 통산 18승)와의 메이저대회 우승 횟수 격차도 2승으로 좁힐 수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