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언론이 보는 바이든의 대중국 외교 전략은 '동맹·포위'(종합)

"바이든 남중국해서 중국 주권에 계속 도전…인도로 견제"
"바이든 EU와 관계 개선 추진…힘합쳐 중국 견제시 보복할것"
"중국, 역내 국가들에 경제지원 강화시 미국도 쉽지 않을것"
심재훈·윤고은 특파원 =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자 중국 매체들은 바이든 시대의 대(對)중국 외교 전략이 동맹을 동원한 포위와 압박으로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소원했던 유럽연합(EU)과 다시 힘을 합치고 중국과 앙숙인 인도를 포섭해 중국을 견제하며 한국 등 민주주의 동맹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시대 또한 모든 게 미국이 원하는 대로만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동남아 국가들에 대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EU에 다가서는 미국…"힘 합쳐 견제하면 보복할 것" 트럼프 대통령과 EU의 사이는 좋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미국 부담이 너무 크다며 비용 분담을 압박했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도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에 반발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틈새를 공략해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을 통해 우군 확대를 가속했으나 우한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에 발목이 잡혀있다.
10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에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미국과 함께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점을 언급했다.

추이훙젠(崔洪建)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이들 국가 정상의 축하 메시지가 바이든에 대한 사랑을 반드시 의미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를 더는 견딜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추이 소장은 "바이든 당선인과 미국 민주당은 EU와 서구 가치 및 정치 이념에서도 더 많은 공통점을 갖게 되면서 과거보다 더 단결하게 될 것이며 중국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찬룽(金燦榮)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중국은 미국과 EU의 안정적인 관계를 환영한다"면서 "그러나 미국과 EU가 중국을 견제하려고 힘을 합친다면 중국은 반드시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시대에 트럼프 행정부처럼 유럽 각국에 화웨이 등 중국 기업과 협력 금지를 압박하지만 않는다면 중국과 유럽의 협력 확대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유럽의 전통적인 미국 동맹들이 바이든 당선인과 함께 중국의 부상에 대항해 미국과 공동 대응전선을 구축하길 고대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과 각을 세워온 독일이 가장 격하게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도 독일이 미국의 입장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의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바이든이 승리했다는 소식에 지난 7일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미국 새 정부와 접촉해 중국과 같은 요인에 대한 대응, 기후변화와 코로나 팬데믹 대응 등 대서양연안 국가들 간 간격을 좁힐 특별한 제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이 사이가 안 좋았지만 중국의 부상에 대해서는 나란히 불편하게 생각했다며 전문가들은 그러한 공통의 생각이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 "대서양 연안의 연합전선" 구축을 용이하게 만들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 미국의 대중국 인도·태평양 포위 전략에 대한 우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바이든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을 보완해서 민주주의 동맹을 내세워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태평양 포위 전략을 가속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때처럼 독불 장군식이 아니라 중국과 국경 분쟁 중인 인도를 이용해 중국의 힘을 분산시키고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 및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까지 끌어들여 중국이 사면초가 되는 상황을 중국 매체들은 우려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특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바이든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미국과 인도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발언한 점을 주목했다.

뤼샹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학 연구위원은 "미국은 인도가 더 많은 무기를 사들여 중국의 관심을 서쪽으로 돌리게 하길 원하며 인도는 중국과 국경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미국이 중국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길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뤼 위원은 "미국과 인도는 서로 이용하기를 원할 뿐 실제 싸움에서 적과 싸우게 할 법적 구속력을 가진 조약은 없다"면서 "이들 국가는 중국과 전쟁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찬룽 부원장은 미국의 남중국해에서 대중국 견제 전략인 '항행의 자유' 작전도 계속될 것으로 보면서 "남중국해에서 미국은 중국의 영유권에 도전을 지속할 것이며 군함과 군용기를 계속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SCMP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전문가인 칼 세이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명예교수는 미국이 '태평양'의 정의를 확대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를 1951년 체결된 미-필리핀 방위조약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매체와 전문가들은 중국의 막대한 경제 지원을 받는 동남아 국가들만은 그리 쉽게 미국 편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뤼 위원은 "중국은 이들 국가를 괴롭힌 적이 없고 실질적인 협력과 경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만큼 이들 국가를 지원할 재원이 없기 때문에 미국에 어리석게 이용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