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불복은 오명만 남길 뿐…베토벤의 피아노 대결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베토벤이 큰 꿈을 품고 오스트리아 빈에 진출한 초기에는 작곡가라기보다 젊은 피아니스트였다. 그래서 자의는 아니었지만 대략 1795년부터 10년간 당시 유행한 피아노 대결을 몇 번 벌였다. 두 피아니스트가 주어진 주제로 즉흥연주를 펼치고 청중의 반응으로 승패를 겨루는 방식이었다. 베토벤의 초기 변주곡 중 일부는 이렇게 탄생했을 것이다.

요한 겔리네크, 요제프 뵐플, 이그나츠 플레옐은 베토벤과 우열을 가리기 힘든 명대결을 벌였거나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는 태도로 이름을 남겼다. 반면 베를린 출신인 다니엘 슈타이벨트는 달랐다. 베토벤의 연주가 더 훌륭한 걸 확인했지만 열세를 인정하지 않고 자리를 떴을 뿐 아니라 상대를 자신의 적이라고 표현하며 다시 만날 일은 없으리라고 다짐했다는 것이다.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일단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하지만 명백해진 상황 앞에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고집을 부려봤자 누군가의 기억에, 또 역사의 기록에 오명(汚名)을 남길 뿐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