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편의점·홈쇼핑 1위 합쳐 네이버와 '맞짱'

GS리테일·GS홈쇼핑 합병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결국 합병이라는 생존 전략을 선택했다. 국내 유통 시장도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승자 독식했듯이 강력한 파워를 가진 1등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다. 롯데, 신세계 등 기존 유통 강자들의 생존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올초부터 진행된 합병 실험

GS리테일은 편의점, 슈퍼 등을 포함해 전국에 1만5000개가량의 점포망을 보유하고 있다. GS홈쇼핑 이용자는 TV 부문이 3000만 명가량이고, 모바일 쇼핑앱 이용자도 1800만 명가량이다. 두 회사를 합치면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게 GS그룹이 기대하는 효과다.

두 회사는 올초부터 고위 임원이 참여하는 GS유통협의체를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등 협업 실험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GS25에서 판매하는 와인을 GS홈쇼핑 모바일앱에서 주문받는 식이다. GS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는 신선식품 배송 체인망을 활용해 GS홈쇼핑의 식품류를 당일 배송하기도 했다.

내년 7월 합병이 완료되면 존속법인인 GS리테일의 자산 규모는 9조원에 달한다. 매출(홈쇼핑은 취급액)을 합하면 15조원가량이다. 외형상으로는 롯데쇼핑(자산 33조원), 이마트(매출 19조원), 쿠팡(거래금액 17조원) 등에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양사 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면 업계 선두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게 GS그룹의 셈법이다.

GS가 불러올 ‘나비 효과’에 주목

합병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물류다. GS리테일이 갖고 있는 전국 물류센터(28개)와 신선식품 전용물류시설(20개)을 비롯 1만5000여 개의 편의점까지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TV홈쇼핑과 모바일앱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리테일의 재무 여력이 충분해 물류센터 등에 추가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를 합한 투자 가능한 자금은 약 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양사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GS 전용 모바일페이, 멤버십 서비스 등이 제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의 멤버십 회원을 기준으로 GS리테일은 1400만 명, GS홈쇼핑은 180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GS그룹이 주력 유통 계열사를 합병키로 한 것은 갈수록 유통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쿠팡은 170개에 육박하는 물류시설을 지으며 유통의 경쟁 공식을 빠른 배송으로 바꿔놨다. 네이버는 쇼핑 분야 강화를 위해 최근 CJ그룹과 지분 제휴를 맺기도 했다. CJ대한통운과 네이버도 물류 분야 강화를 위한 추가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과 네이버에 대적한다”

쿠팡과 네이버 같은 ‘디지털 공룡’들의 최대 단점은 오프라인 매장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선 기존 유통업체로선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에 디지털 무기를 장착해야만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아마존만 해도 아마존고, 아마존프레시, 홀푸드 등 오프라인 점포로 경쟁 무대를 확장 중이다. 알리바바 역시 최근엔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테크 기업이나 플랫폼 업체들이 오프라인 유통업으로 진출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합해야 한다는 게 GS그룹의 판단이다. 신세계그룹도 지난달 인사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SSG닷컴 대표를 겸직토록 했다. 롯데그룹 역시 쇼핑BU(사업 부문) 산하에 있는 백화점, 마트, 슈퍼, 편의점, 온라인몰을 통합해 ‘옴니 채널’을 구현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박동휘/김기만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