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후보검증' 출발부터 가시밭길…여야, 정치편향 공방

"공수처는 괴물" 석동현, '최강욱 변호인' 전종민, '추미애 추천' 전현정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예비후보들에 대한 검증 작업이 10일 본격화했다.여야는 서로 상대측 추천 인사의 중립성을 문제 삼아 비토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최종후보 2인'을 압축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전날 7명의 추천위원들로부터 11명의 후보를 추천받고, 관련 자료 정리 등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

이찬희 대한변협 회장은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한명관 변호사를 추천했다.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최운식 변호사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현정 변호사를 각각 추천했다.

더불어민주당 측 추천위원들은 전종민·권동주 변호사를,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들은 김경수·강찬우·석동현·손기호 변호사를 각각 제안했다.

이들 가운데 김진욱 연구관과 전현정·전종민·권동주 변호사 등 4명은 판사 출신이고, 이건리 부위원장과 한명관·최운식·김경수·강찬우·석동현·손기호 변호사 등 7명은 검사 출신이다.특히 여당 측에서는 판사 출신만 2명을, 야당 측에서는 검사 출신만 4명을 각각 추천하면서 뚜렷하게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지역위원장까지 지낸 경력이 있는 석동현 변호사의 성향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신영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석동현 전 검사장은 '공수처는 태어나서는 안 될 괴물기관'이라고 하는데, 공수처 반대자를 후보자로 추천한 것은 일이 안 되게 하려는 의도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신동근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서 석 변호사를 두고 "이런 사람을 추천한 심리가 해괴하다"고 "공수처법 개정이 불가결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특수부 출신 검사가 검찰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겠나, 공수처가 검찰의 이중대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공수처라는 것이 제2의 검찰인데 기본적으로 수사 경험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탄핵소추 대리인단'에서 일한 전종민 변호사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다.

친 민주당 성향"이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으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같은 당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석동현 전종민 변호사를 함께 겨냥, "두 분을 동시에 후보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유일한 여성 후보인 전현정 변호사도 형사 경험이 적은 판사 출신인데다 추미애 장관이 추천했다는 점에서 편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기류다.
다만 민주당은 공수처를 빨리 출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당 관계자는 "누가 되더라도 합리적이고 중립적으로 (운영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조재연 행정처장이나 이찬희 변협회장이 추천한 후보들을 위주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 행정처장이 추천한 최운식 변호사는 과거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장을 맡았던 검사 출신으로, 공수처 설립준비단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이 회장이 추천한 이건리 부위원장의 경우 5·18 민주화운동 특별조사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권익위에서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최종 후보 2명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야당 측이 추천한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마지막 중수부장'으로 유명한 김 전 고검장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특검 수사 및 1심 재판 과정에 변호인으로 참여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