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후보' 줄줄이 검증대…과거 행적까지 '현미경'(종합)

석동현·전종민·최운식·강찬우·권동주 등 사건·발언 검증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들이 공개됨에 따라 검증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들은 첫 회의를 이틀 앞둔 11일 추천된 후보들에 대한 평판 등 기초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각 후보의 과거 발언이나 행적이 공수처장으로서 지켜야 할 '중립성'에 어긋나지 않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미 사퇴한 손기호 변호사를 제외한 후보 10명 중에서 여야 가운데 한쪽에서 문제 제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인물만 벌써 6∼7명에 이른다. ◇ '민경욱 변론' 석동현·'최강욱 변호' 전종민…수임사건 논란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인물은 국민의힘 측 추천위원들이 추천한 석동현 변호사다.

석 변호사는 후보 명단이 공개된 10일 페이스북에 "공수처는 태어나서는 안 될 괴물기관으로 본다"며 "폐지하기 전까지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게 된 이상 어떻게든 공수처가 괴물이 되지는 않게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후보직을) 수락했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석 변호사가 지난해 정부 반대 집회에 참석해서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친일파가 되겠다"는 말을 한 사실도 알려져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밖에도 석 변호사가 지난 총선에서 야당 공천을 신청했던 정치인인데다, 그간 맡아 온 사건으로 미뤄 봐도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며 '비토'를 예고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광복절 집회 당사자들을 변호하고, 개표 부정을 주장하는 민경욱 의원도 변론하고 계신다"며 "공수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전혀 지킬 수 없는 활동을 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 측이 추천한 전종민 변호사가 정치적으로 여당에 편향돼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전 변호사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의 사건 변호인 중 한 명이라는 점도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다만 민주당 측은 전 변호사가 실제로 최 대표를 변호한 것은 아니고, 로펌의 대표로서 이름만을 올린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최운식 과거 발언·대법관 아내 전현정…행적·인맥도 검증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한 최운식 변호사는 공수처 설립준비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과격한' 주장을 내놓은 바 있어 국민의힘 측에서 거부감을 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변호사는 준비단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공수처법을 개정해 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보 확보 등 공수처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추천위원을 통해 해당 주장의 진의 등을 잘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추천된 권동주 변호사의 경우 법관 시절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을 보면 권 변호사는 2016년 법원행정처가 특허법원 위상 약화를 우려해 국회의원들을 포섭하려 시도할 때 친분이 있던 민주당 유동수 의원에게 자료를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강찬우 변호사는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의 교비 횡령 사건 수사 당시 수원지검장이었다는 점이 검증 과정에서 거론될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참여연대와 민변 등은 "검찰이 이 전 총장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비호한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전현정 변호사는 김재형 대법관의 아내라는 점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대법원까지 갈 텐데, 이해충돌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변협이 추천한 한명관 변호사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의원의 사촌 동생이다.

한 변호사의 아내는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의 동생이다.

검증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측 추천을 받은 손기호 변호사가 전날 사퇴함으로써 후보는 총 10명으로 줄었다.

◇ 예상 밖 인물 추천…평판 검증 난항
추천위 내부에서는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다수 추천돼 검증이 쉽지 않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실제로 하마평의 단골이던 이광범·이용구 변호사나 김진국 감사위원 등이 빠졌고 후보 중 '중량감 있는 인사'가 많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한 추천위원은 "일부 후보는 평판을 누구에게 들어야 하는지부터 수소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추천위는 12일까지 실무 지원단으로부터 후보자들에 관한 자료를 넘겨받은 뒤 13일 오전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회의'를 벌일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윤곽'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의결이 가능한 논의 구조상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백혜련 의원은 "종일 하는 회의인데다 검증 대상자가 많지는 않다"며 "결과를 도출할 시간이 충분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 이헌 추천위원은 "회의 일정 외에는 심사 방법 등 정해지지 않은 의결사항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손기호 변호사의 사퇴와 관련해 "13일 회의에서 추가 추천에 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