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이 적극행정?"…총리의 아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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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적극행정을 하려는 공직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격으로 판단돼 안타깝다"고 했다.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한 행동을 '적극행정'으로 규정한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경제성 조작·산하기관 협박·증거인멸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적극행정을 거론하는 것은 견강부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은 청와대와 백운규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기 위해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다. 이들은 경제성을 억지로 낮추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에 협박성 발언을 하고 회계법인을 압박했으며, 감사 과정에서는 밤에 정부세종청사에 들어가 444건의 증거자료를 몰래 삭제했다.
정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을 조작한 적이 없으며, 정치 검찰의 공격"이라는 여권 및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 검찰의 폭주”라며 정면 반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월성 1호기 수사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다. 산업부는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적이 없으며 조작이라고 쓰는 언론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적극행정의 정의는 "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국민의 삶과 기업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를 공무원들이 더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해결하는 일"이라는 설명도 있다.하지만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공무원들의 행동은 이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먼저 '공공의 이익을 위해'라는 대목이다. 당초 산업부 직원들과 한국수력원자력 쪽은 월성 1호기를 추후 가동정지시키더라도 당분간은 계속 운전하는 게 더 이익이 된다고 봤다. 하지만 청와대와 백 전 장관이 지시를 내린 이후 이런 판단은 180도 바뀌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내렸던 판단이 '청와대 및 백 전 장관을 위해 내린 판단'으로 바뀐 것이다.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라는 대목도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낮추기 위해 여러 변수를 임의 조작한 일을 창의성, 한수원 관계자에게 "당신들은 무사할 것 같느냐"고 협박한 것을 전문성, 감사원 감사 도중 증거를 인멸하면서 444건의 자료를 포렌식이 어려운 방식으로 지운 일을 적극성으로 해석할 수는 있겠다"며 "언제부터 적극행정이 여당 말을 잘 듣는 것을 의미했는지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제 출구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알려진 것보다 증거가 훨씬 풍부하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해도 혐의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산업부와 관련된 정책 및 이슈도 월성 1호기 수사 때문에 모두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산업부가 발표하는 각 산업별 정책이나 통상, 한국가스공사가 주도하는 수소경제 이슈 등이 대표적이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월성 1호기 수사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지시를 산업부에 하달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최근 채 사장 집무실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여권은 앞으로도 검찰의 관련 수사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탈원전은 소득주도성장과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의 핵심이면서도 비판이 많았던 정책"이라며 "방향은 둘째치더라도 시행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된 게 드러나면 정치적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있는 여당 입장에서는 필사적으로 관련 의혹을 부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조작했다고 쓰면 소송하겠다" 정부·여권 연일 총공세
정 총리는 지난 10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연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법과 규정의 범위 내에서 펼친 적극행정은 보호받아야 하고, 지금이야말로 공직사회가 적극행정을 펼칠 때인데 검찰이 그런 점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은 청와대와 백운규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기 위해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다. 이들은 경제성을 억지로 낮추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에 협박성 발언을 하고 회계법인을 압박했으며, 감사 과정에서는 밤에 정부세종청사에 들어가 444건의 증거자료를 몰래 삭제했다.
정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을 조작한 적이 없으며, 정치 검찰의 공격"이라는 여권 및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 검찰의 폭주”라며 정면 반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월성 1호기 수사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혔다. 산업부는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적이 없으며 조작이라고 쓰는 언론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적극행정이 뭐길래…“민주당 말 잘 들으면 적극행정?”
여권과 정부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한 일이 '적극행정'이라는 것이다. 적극행정은 현 정부가 공직사회에 계속 강조하는 구호다. 말 그대로 공무원들이 복지부동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일하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정부와 여권에서 나오는 월성 1호기 관련 주장을 보면, 적극행정이라는 단어가 본래 뜻과는 실질적으로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적극행정의 정의는 "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국민의 삶과 기업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를 공무원들이 더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해결하는 일"이라는 설명도 있다.하지만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한 공무원들의 행동은 이와 전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먼저 '공공의 이익을 위해'라는 대목이다. 당초 산업부 직원들과 한국수력원자력 쪽은 월성 1호기를 추후 가동정지시키더라도 당분간은 계속 운전하는 게 더 이익이 된다고 봤다. 하지만 청와대와 백 전 장관이 지시를 내린 이후 이런 판단은 180도 바뀌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내렸던 판단이 '청와대 및 백 전 장관을 위해 내린 판단'으로 바뀐 것이다.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라는 대목도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낮추기 위해 여러 변수를 임의 조작한 일을 창의성, 한수원 관계자에게 "당신들은 무사할 것 같느냐"고 협박한 것을 전문성, 감사원 감사 도중 증거를 인멸하면서 444건의 자료를 포렌식이 어려운 방식으로 지운 일을 적극성으로 해석할 수는 있겠다"며 "언제부터 적극행정이 여당 말을 잘 듣는 것을 의미했는지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계속 드러나는 진실들…“출구 전략” 목소리도
감사원이 최근 검찰에 보낸 수천 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당초 일반 공개된 감사보고서보다 훨씬 자세한 내용 및 진술이 수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장관이 담당 과장에게 월성 1호기 즉시 폐쇄 결정을 지시하며 "죽을래"라는 말을 썼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당초 공개된 감사보고서도 200쪽에 달했지만, 실제 내용은 훨씬 방대하다는 얘기다.정부 일각에서는 "이제 출구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알려진 것보다 증거가 훨씬 풍부하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해도 혐의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산업부와 관련된 정책 및 이슈도 월성 1호기 수사 때문에 모두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산업부가 발표하는 각 산업별 정책이나 통상, 한국가스공사가 주도하는 수소경제 이슈 등이 대표적이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월성 1호기 수사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지시를 산업부에 하달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최근 채 사장 집무실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여권은 앞으로도 검찰의 관련 수사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탈원전은 소득주도성장과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의 핵심이면서도 비판이 많았던 정책"이라며 "방향은 둘째치더라도 시행 과정에서 불법이 자행된 게 드러나면 정치적 파장이 매우 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있는 여당 입장에서는 필사적으로 관련 의혹을 부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