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년 역사 도이치그라모폰에 한국 가곡이…박혜상 "제 정체성 담은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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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계에도 성공했다는 기준이 있다. 바로 독일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전 세계에 음반을 선보이는 것. DG는 1898년부터 122년 동안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등 전설로 꼽히는 음악인들 음반을 냈다. 신인을 발굴하는 안목도 갖췄다. 클라우디오 아바도, 조성진을 세계적인 연주자로 발돋움 시킨 곳이다.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DG가 최근 한국 가곡 두 편을 수록한 음반을 발매했다. 지난 6일 발매한 소프라노 박혜상(32·사진)의 'I AM HERA'를 통해서다. 오페라 아리아만 냈던 과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음반엔 시인 서정주가 쓰고 작곡가 김주원이 노래로 풀어낸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와 나운영 작곡가가 내놓은 '시편 23편'이 담겨있다.11일 박혜상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두 곡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앨범을 기획할 때 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레퍼토리를 골랐어요 제가 지닌 '자유로운 정신'을 표현했죠. 한국 가곡을 부를 때 가장 저 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두 곡을 넣었습니다."
수많은 가곡 중 두 곡을 고른 이유는 '가사'였다. 언어가 세운 장벽을 허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가사가 참 아름답습니다. 서정주 시인이 쓴 첫 문장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만 봐도 영어로 번역했을 때 말맛을 전하기 어렵죠. 슬픈 것도 아니고 좌절한 상태도 아닌 오묘한 감정이요. 우리말로 해야 풀수 있는 미의식을 선율로 풀어 전하려 햇습니다."
자신이 깨달은 바를 가사로 드러내고 싶었다고도 했다. 나운영 작곡가의 '시편 23편'을 고른 이유다. "독일, 미국, 한국 등 해외를 돌아다니다보니 제가 오래 머문 곳이 없었어요. 집이 없어 불안했지만 나운영 작곡가님이 쓴 가사를 보고 깨달았죠. 안식처는 제 안에 있었어요."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보다 자신을 내세웠다. 음반명도 자신의 영문 이름을 딴 'I AM HERA'로 붙였다. "주변에서 다들 당돌하다고 말했어요. 첫 앨범인데 그래도 되냐구요. 올해 2월에 고민하다 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제가 특별한 사람이란 욕심은 아니었어요."자만심보다 자존감이 앞섰다는 설명이다. 과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미국에서 동양인 성악가로 살아남으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더 잘해야지, 뒤쳐지면 안돼'를 주문 외듯 외웠어요. 그러던 중 지인이 물었죠. '너는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말버릇이 있다'고요. 문득 깨달았죠. 부족하다 여겨 저를 늘 채찍질 해왔다는 걸요. 한바탕 울고나서 마음 먹었죠. 최고의 디바가 아니라 '박혜상'을 보여주자고요."
그래서인지 곡 해석에서도 '자유로움'을 강조했다. 박혜상은 본인이 지닌 강점을 '가교'에 빗댔다. "지금 저는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생각해요. 과거 작곡가들이 남긴 오페라도 달리 보려했어요. 옛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제 상상에 맞춰 해석하는 거죠. 현대적으로요. 물론 선배들이 남긴 해설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요. 방종하진 않으려합니다. 자유와 책임 그 경계에 서있는거죠."자신만이 해석한 오페라 아리아들을 18곡이나 음반에 담았다. 크리스토프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와 모차르트, 조아키노 로시니, 자코모 푸치니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오페라 아리아가 담겼다.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서 나오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나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주요 아리아 '방금 들린 그대 음성',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어서 오세요, 내 사랑' 등이 담겼다.
박혜상은 2015년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다. 세계 클래식계는 떠오르는 젊은 디바로 바라봤다. DG도 박혜상이 펼친 열창에 반해 3년 동안 구애했다. 클레멘스 트라우트만 DG 회장은 ‘세비야의 이발사’ 로지나 역을 맡은 박혜상을 두고 “같은 작품을 수없이 봤는데 박혜상의 로지나는 특별하다”고 호평했다. 재능을 눈여겨 본 DG는 올해 5월 박혜상과 전속계약을 맺는다. 한국인으로선 조성진에 이어 두 번째다.
성악가들이 동경하는 무대에 타이틀롤(주역)을 맡을 예정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빈 슈타츠오퍼 등에서도 박혜상을 위촉하려 했다. 다음해 뉴욕 메트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파미나 역으로 타이틀롤 데뷔를 앞두고 있다.국내에서 미리 박혜상을 만날 수 있는 공연도 마련됐다. 이달 2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다음달에는 첼리스트 홍진호·테너 존노 등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에서 펼쳐지는 ‘스타즈 온 스테이지’ 무대에 나선다. "독주회 공연 콘셉트는 ‘위로’입니다.코로나19로 어렵지만 다시 꽃과 나비들 사이로 뛰어다닐 수 있다는 희망을 들려줄게요."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수많은 가곡 중 두 곡을 고른 이유는 '가사'였다. 언어가 세운 장벽을 허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가사가 참 아름답습니다. 서정주 시인이 쓴 첫 문장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만 봐도 영어로 번역했을 때 말맛을 전하기 어렵죠. 슬픈 것도 아니고 좌절한 상태도 아닌 오묘한 감정이요. 우리말로 해야 풀수 있는 미의식을 선율로 풀어 전하려 햇습니다."
자신이 깨달은 바를 가사로 드러내고 싶었다고도 했다. 나운영 작곡가의 '시편 23편'을 고른 이유다. "독일, 미국, 한국 등 해외를 돌아다니다보니 제가 오래 머문 곳이 없었어요. 집이 없어 불안했지만 나운영 작곡가님이 쓴 가사를 보고 깨달았죠. 안식처는 제 안에 있었어요."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보다 자신을 내세웠다. 음반명도 자신의 영문 이름을 딴 'I AM HERA'로 붙였다. "주변에서 다들 당돌하다고 말했어요. 첫 앨범인데 그래도 되냐구요. 올해 2월에 고민하다 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싶었어요. 제가 특별한 사람이란 욕심은 아니었어요."자만심보다 자존감이 앞섰다는 설명이다. 과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미국에서 동양인 성악가로 살아남으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더 잘해야지, 뒤쳐지면 안돼'를 주문 외듯 외웠어요. 그러던 중 지인이 물었죠. '너는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말버릇이 있다'고요. 문득 깨달았죠. 부족하다 여겨 저를 늘 채찍질 해왔다는 걸요. 한바탕 울고나서 마음 먹었죠. 최고의 디바가 아니라 '박혜상'을 보여주자고요."
그래서인지 곡 해석에서도 '자유로움'을 강조했다. 박혜상은 본인이 지닌 강점을 '가교'에 빗댔다. "지금 저는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생각해요. 과거 작곡가들이 남긴 오페라도 달리 보려했어요. 옛날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제 상상에 맞춰 해석하는 거죠. 현대적으로요. 물론 선배들이 남긴 해설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요. 방종하진 않으려합니다. 자유와 책임 그 경계에 서있는거죠."자신만이 해석한 오페라 아리아들을 18곡이나 음반에 담았다. 크리스토프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와 모차르트, 조아키노 로시니, 자코모 푸치니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오페라 아리아가 담겼다.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서 나오는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나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주요 아리아 '방금 들린 그대 음성',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어서 오세요, 내 사랑' 등이 담겼다.
박혜상은 2015년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2위에 올랐다. 세계 클래식계는 떠오르는 젊은 디바로 바라봤다. DG도 박혜상이 펼친 열창에 반해 3년 동안 구애했다. 클레멘스 트라우트만 DG 회장은 ‘세비야의 이발사’ 로지나 역을 맡은 박혜상을 두고 “같은 작품을 수없이 봤는데 박혜상의 로지나는 특별하다”고 호평했다. 재능을 눈여겨 본 DG는 올해 5월 박혜상과 전속계약을 맺는다. 한국인으로선 조성진에 이어 두 번째다.
성악가들이 동경하는 무대에 타이틀롤(주역)을 맡을 예정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 글라인드본 페스티벌, 빈 슈타츠오퍼 등에서도 박혜상을 위촉하려 했다. 다음해 뉴욕 메트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파미나 역으로 타이틀롤 데뷔를 앞두고 있다.국내에서 미리 박혜상을 만날 수 있는 공연도 마련됐다. 이달 20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다음달에는 첼리스트 홍진호·테너 존노 등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에서 펼쳐지는 ‘스타즈 온 스테이지’ 무대에 나선다. "독주회 공연 콘셉트는 ‘위로’입니다.코로나19로 어렵지만 다시 꽃과 나비들 사이로 뛰어다닐 수 있다는 희망을 들려줄게요."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