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투자금 5천146억원 실사해보니…건질돈 고작 401억원

실사 보고서…최종투자처에 들어간 3천515억원 중 '회수 의문' C등급 83%
투자했다가 본인들이 사기당하기도…나머지 1천600억원은 횡령 등으로 실사 불가
5천억원대의 투자자들의 돈이 묶인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서 회수 가능한 금액이 10%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실사 결과가 나왔다.금융감독원은 11일 삼일회계법인이 벌인 옵티머스 펀드 회계 실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펀드 가입자들이 넣은 원금 5천146억원 대비 예상 회수율이 최소 7.8%(401억원)에서 최대 15.2%(783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의 자금 중 최대 4천700억원가량을 날릴 수 있다는 얘기다.

삼일회계법인은 펀드 원금 가운데 3천515억원이 투입된 최종투자처 63개를 대상으로 채권보전조치 가능성, 담보권 확보 여부, 사업 진행 및 회수리스크 분석 실사를 벌여 회수율을 추정했다.투자 유형별로 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1천277억원, 주식 1천370억원, 채권 724억원, 기타 145억원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PF 투자건 중에는 본인들이 사기를 당한 건도 꽤 된다"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게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대부분 인허가를 못 받거나 잔금이 미지급되거나 그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이나 선물·옵션 투자에서도 대부분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이들이 투자한 상장사 중 대부분은 현재 상장 폐지되거나 거래 정지 중인 상태다.

이들 투자처에 대한 실사 결과 회수 의문인 C등급이 2천927억원(83.3%)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액회수 가능한 A등급(45억원)과 일부회수 가능한 B등급(543억원)은 16.7%에 불과했다.펀드 원금 중 최종투자처에 투입된 3천515억원을 뺀 나머지 1천600억원 가량은 옵티머스 사기 행각을 벌인 주체들과 도관체(자금 경유 회사)들이 횡령, 돌려막기, 운영비 등으로 써버려 실사가 불가능했다.

사라진 돈이라는 뜻이다.

금감원은 사용처가 불분명한 자산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사 보고서와 금감원 설명을 종합하면 옵티머스 46개 펀드에는 투자자 원금(5천146억원) 이외 도관체 외부 유입액(옵티머스 사기 행각에 가담한 관계사들이 펀드에 넣은 자금) 517억원, 펀드 투자자산에서 나온 이자 81억원 등을 합쳐 모두 5천745억원이 유입됐다.
금감원은 실사 결과를 반영해 기준가 산정 관련 자율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기초자산에 대한 펀드의 권리관계가 불분명해 실사 결과를 반영한 즉각적인 펀드 기준가 조정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손해액 확정에도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피해자 구제를 위한 분쟁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은 이날 "보수적인 실사 결과에 대한 객관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자사의 고객자산 회수 태스크포스팀이 자체 추산한 기준을 적용하면 전체 회수금액은 1천100억원 이상까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NH투자는 "실제 고객이 받게 될 배상금액과 자산 회수율과의 직접적인 연관성도 크지 않다"며 "최종 배상금액은 자산 회수율이 아닌 금감원 민원 조정 결과 또는 소송을 통해 책임 소재를 가린 뒤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는 옵티머스 판매 가입자에게 투자 규모별로 30∼70%로 차등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다만, 다수 투자자는 전액 배상을 요구하며 금감원 분쟁 조정과 차후 손해배상 소송 등에 대비하고 있다.NH투자가 판매한 미환매 옵티머스 펀드는 전체의 84%(4천327억원)를 차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