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만난 박지원 "한중일 정상회담, 좋은 방향으로 될 것"

"한일 정상, 징용 문제 등 한일 현안 해결 의지 강해"
"예방 당시 스가 총리 3번 파안대소…분위기 좋았다"
일본을 방문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11일 한국 정부가 연내 서울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해 "좋은 방향으로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박 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의 면담 중 한중일 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묻자 "그건 제가 대통령께 보고드리고 정상 간에 결정할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장은 스가 총리 예방 당시 한중일 정상회담 관련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스가 총리가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하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도 이뤄질 전망이다.이번 한중일 정상회담 의장국은 한국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이 수용할 수 있는 조치가 없으면 스가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최근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박 원장은 자신이 스가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이은 새 한일 공동선언을 제안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대로 썼다"고 말했다.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가 함께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과 같은 새로운 한일 관계의 방향을 담은 '문재인-스가 선언'을 발표하자고 제안한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 측의 사과 표명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발전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박 원장의 제안에 대해 "전 징용공(일제 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새 한일 공동선언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보도했다.이와 관련, 박 원장은 "양국 정상이 징용 문제 등 한일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고, 실제로 지금 실무자 선에서 접촉을 하고 있다"며 "잘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한 좀처럼 웃는 표정을 짓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스가 총리가 자신과의 면담에서 3번 파안대소를 했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전했다.

박 원장이 스가 총리의 저서인 '정치가의 각오'를 국정원에서 번역해줘서 읽어봤다면서 총무상 재임 때 본부 공무원을 기초자치단체에 파견해 교류하는 등의 내용이 좋아서 한국의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전달해야겠다며 저자 서명을 해달라고 하니 크게 웃으며 사인해줬다고 소개했다.

또 박 원장 자신이 스가 총리를 만나러 일본을 방문하니 "복을 준 것 같다"면서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소식을 언급하자 스가 총리가 웃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제가 오니 (스가 총리의) 지지율이 상승해서 참 좋다.

제가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니 스가 총리가 또 웃었다고 박 원장은 전했다.

3박 4일 일본 방문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 원장은 공항에 나온 취재진에게 "한일 양 정상이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스가 총리와의 구체적 대화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드리고, 앞으로 청와대에서 적절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지난 8일 일본을 방문한 박 원장은 방문 첫날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을 만난 데 이어 9일에는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국가안전보장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내각정보조사관과 각각 면담했다.전날 오후에는 스가 총리를 예방했고, 이날 오전에는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과 만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