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권서 꿈 이룬 네 명의 한인들 "아메리칸 드림 기회 더 많이 만들겠다"

13세 때 이민 온 미셸 박
주부로 살다 LA폭동 때 정치 입문
지금까지 5회 선거서 모두 승리

스트릭랜드와 앤디 김 당선 확정
인천 출신 영 김은 당선 유력
한인 최대 4명 美 의회 진출 가능
(왼쪽부터) 미셸 박 스틸, 메릴린 스트릭랜드, 앤디 김, 영 김
“청소년기에 엄마, 두 여동생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미국 땅에 왔습니다. 내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듯 시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직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한국계 여성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65) 공화당 후보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소감이다. 스틸 후보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제48선거구에서 50.9%를 득표해 민주당 현역인 할리 루다 의원을 1.8%포인트 차로 제쳤다. 그는 “어렵게 승리한 만큼 더욱 겸손해지겠다”며 “의회에서 봉사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 안방이나 다름없지만 48선거구는 보수 유권자가 많은 오렌지카운티에 속해 있어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스틸 후보가 미국으로 이민 간 건 13세 때인 1975년. 페퍼다인대를 졸업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딴 뒤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그의 인생을 바꾼 건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태였다. 한인타운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던 한인들이 주류 언론에 폭도로 매도되는 현실을 접한 뒤 한인 사회의 정치적 역량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1993년 LA시장에 출마한 리처드 리오단 후보 캠프에 참여했고, 리오단 후보가 당선된 뒤 LA시 소방국장, LA카운티 아동가족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스틸 후보는 한인 사회에서 ‘불패의 후보’로 통한다. 이번 하원 선거까지 내리 다섯 차례 승리했다. 2006년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에 당선된 데 이어 연임에 성공했다. 2014년 오렌지카운티 2지구 행정책임자로 선출됐고, 2018년 재선 고지에 올랐다.

앞서 한국이름 ‘순자’로 알려진 민주당 소속 메릴린 스트릭랜드(58·워싱턴주)와 같은 당의 앤디 김(38·뉴저지주) 등 두 한국계 후보가 지난 4일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다. 한국인 어머니 김인민 씨와 미군인 흑인 아버지 윌리 스트릭랜드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 살 때 아버지를 따라 버지니아주로 건너갔다. 워싱턴대에서 경영학을, 클라크애틀랜타대에서 MBA를 공부했다. 노던생명보험, 스타벅스 등을 거쳐 2010년부터 8년간 타코마시장을 지냈다. 스트릭랜드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엄마는 자신이 정규 교육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학업에 매진하길 원했다”고 말했다.캘리포니아주 39선거구에선 영 김(김영옥·58) 공화당 후보가 개표율 98% 기준으로 1%포인트 차로 앞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 인천 출신인 김 후보 당선이 확정되면 한국계 의원 4명이 총 435석의 연방 하원에서 활약하게 된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