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달라졌다"…BIG 정리하고 경기민감주로 환승하는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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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내년 1분기 실적개선주"돌아오긴 했는데, 예전과는 달라졌다"
이달 한국 증시에서 강한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는 외국인 얘기다. 외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회복장세를 이끌었던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중 배터리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BIG) 비중을 줄이고 있다. 동시에 반도체·금융·화학·호텔 등 내년 초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을 집중 매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에서는 주식시장의 상승동력이 성장주에서 경기민감주·실적개선주로 옮겨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BIG에서 경기민감주로 갈아탄 외국인
이달 들어 12일까지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3조8904억원을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 순매수액으로만 3조800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외국인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비중을 높인 영향이다.외국인이 미 대선 이후인 5일부터 1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6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는 동안 사들은 종목은 외국인의 전략 변화를 보여준다. 외국인은 이 기간 삼성전자(1조4770억원)를 가장 많이 샀다. 이어 LG화학(4618억원), SK하이닉스(3855억원), 삼성SDI(2771억원), 삼성전자우(1978억원), 현대모비스(936억원), 하나금융지주(764억원), LG생활건강(688억원) 등을 이어서 순매수했다. 경기민감주들이 대다수다.
외국인이 한국 비중을 높일 때는 패시브 추종 자금 유입으로 시가총액이 높은 종목들을 주로 순매수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엔 시가총액 상위권에 있는 바이오·인터넷·게임 등 'BIG'은 내다팔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87억원 순매수에 그친데다가 네이버(-1207억원), 제넥신(-698억원), 엔씨소프트(-692억원), 씨젠(-530억원), 넷마블(-365억원), 등 'BIG'으로 분류되는 종목이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상승폭이 컸던 성장주에 대한 수익실현 전략을 취했단 얘기다.
◆"내년 1분기까진 성장주 약세"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외국인 순매도 현상이 추세적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초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 성장주 대비 강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당장 다음 분기에 실적이 급등할 업종이 있다면 투자자들은 당연히 그 업종에 자금을 쓸어넣는다"며 "5~10년뒤 세상을 정복한다는 꿈을 먹고 크는 기술성장주에 머물러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금융·철강·화학·기계 등 경기민감주들이 내년초까지는 상대적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전체로 놓고 보면 에너지·철강·호텔·레저·보험 등이 실적 회복세가 뚜렷한 업종으로 꼽힌다.
금리 영향으로 성장세 약세를 전망하기도 한다. 이날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0일 0.962%로 지난 4일 이후 단기간에 0.195%포인트 급등했다. 지난 3월 19일(1.15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금리 국면에서는 성장주가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정당화하지만 금리가 반등하면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국 금리 뿐 아니라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중국 금리도 급등하는 추세"라며 "금리가 반등하면 바이오 비중이 높은 국내 성장주들은 밸류에이션 정당화가 어려워지면서 내년 1분기까진 약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팔고 있는 'BIG' 업종이 그동안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며 올랐던 종목이란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다만 성장주가 내년 2분기부터는 다시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성장주의 가치는 명목금리가 아닌 실질금리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명목금리는 오르더라도 실질금리는 내년 2분기부터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에 근거했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의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 등을 통해 실질금리는 내년 2분기부터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기업들의 이익개선세도 내년 1분기 이후로 둔화하면 다시 성장주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