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큰 기대 금물"…전문가 우려 쏟아진 이유

외신 "화이자 입장 담긴 보도자료일뿐"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백신이 긍적적인 결과를 보였지만 외신과 전문가들은 아직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3상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아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된 게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12일 의약계에 따르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백신 후보물질(BNT162b2)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화이자 백신의 임상시험 참가자는 총 4만3538명이고 현재까지 3만8955명이 2차 접종을 마쳤다. 화이자는 시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백신 후보 물질을 접종하고 다른 한쪽에는 가짜 약을 투약해 효과를 평가했다.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참가자 94명을 분석한 결과 백신 후보물질을 접종한 참가자는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자의 90% 이상이 위약을 투여한 환자에게서 나왔다는 뜻이다.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면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백신의 감염률이위약 대비 50% 이하라면 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이 백신은 이 팬데믹을 국내적으로, 그리고 국제적으로 끝내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라며 "이런 잠재력이 있는 백신과 공중보건 조치의 결합은 우리를 어려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백신이 임상시험 3상에 진입한지 2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효과가 완벽히 검증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내 감염학 분야 전문가들은 해당 백신이 심각한 질병이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감염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인지, 노인들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 등 많은 의문점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또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실험 결과의 백신으로서의 상용화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단계를 통과하기 위해서 다른 과학자들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그레고리 폴란드 로체스터 백신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화이자,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실험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지만 현재 보여줄 수 있는 결과 중에서도 가장 초기 단계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며 "면역력이 약한 고령, 중증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효능 분석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AP통신도 해당 백신의 고무적인 측면을 언급하면서 아직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이자 백신)연령대가 높은 그룹 등에서 어떻게 역할을 하는지 세부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AP통신은 화이자가 다른 감염학자, 과학자들이 참고할만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논문 등에 발표된 효과가 화이자의 입장을 담긴 보도자료인만큼 확대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의 경우 임상시험이 끝나고 과학자들이 분석을 해서 효과를 평가하는데 코로나19가 워낙 초미의 관심사다보니 사람에게 접종하고 2개월이 채 안돼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며 "먹구름 속에서 한줄기 서광이 비친 격이긴 하지만 섣불리 코로나19 상황이 다 끝난 것처럼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화이자 같은 경우는 임상시험 대상이 4만3000여명 정도 된다"며 "부작용이 어떤 것은 10만명 또는 100만명 중 1명 꼴로 나타날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 50만 또는 100만명 이상이 접종을 하게 되면 완전히 완료된 후에 부작용까지 보고 진행하는 것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권 부본부장은 "국제기구를 통해 백신을 확보하고, 부작용을 찬찬히 살펴보고, 국내 전문가들과 접종전략을 치밀하게 수정·보완하면서 콜드체인도 챙기고 하면 아무래도 내년 2분기 이후 시점에 확보가 되고 어느 정도 (접종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실무적 준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