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또 억지…"흑자는 탈원전 괜찮다는 증거"

한국전력공사가 12일 실적 공시를 통해 올 3분기 연결기준 2조33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1조2392억원)보다 1조원 넘게 흑자폭이 늘어났다. 한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유가 급락이 흑자폭 확대의 주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전은 이날 실적 발표 보도자료에서 "2018~2019년 한전 적자는 고유가 때문이라는 사실이 증명됐고, 그간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원전가동을 줄여 적자가 났다는 일각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했다. 갑자기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옹호한 것이다.한전은 지난 상반기 실적을 공시할 때도 같은 취지의 문구를 보도자료에 넣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작년 같은 시기 실적을 발표할 때만 해도 "원전 이용률이 높아져 자회사 연료비 등 영업비용이 일부 감소했다"며 원전 가동이 한전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한전 자료에서조차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한전은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 구입량은 신고리 4호기가 준공되면서 1~3분기 3.2% 증가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원전으로 생산한 값싼 전기를 더 많이 구입한 게 한전의 흑자폭 확대에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전력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전 실적에는 유가와 탈원전을 포함해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는 게 상식"이라며 "유가 요인이 컸다고 해서 지난해 적자에 탈원전의 영향이 없다는 건 일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논리"라고 평가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