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에 폐기물매립지까지"…들끓는 인천 영흥도

인천 자체 매립지 후보지 발표에 옹진군 "계획 철회하라"
2025년부터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인천 지역의 자체 폐기물매립지 후보지가 영흥도로 결정되자 관할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옹진군과 섬 주민들은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장정민 옹진군수는 12일 오후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흥도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 수도권 혐오 시설의 전초기지가 됐고 고통과 희생을 견디고 있다"며 "인천의 전체 쓰레기 배출량 가운데 1% 미만의 비율을 차지하는 옹진군이 모든 쓰레기를 감당하는 게 정당한 정책이냐"고 되물었다.

이어 "옹진군과 협의 없이 추진된 인천시의 자체 매립지 후보지 발표를 결사적으로 반대하며 철회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장 군수는 자체 매립지 선정 용역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인천시가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도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옹진군 영흥면 외리 248의1 민간 법인 소유의 89만5천㎡ 부지를 신규 폐기물 매립시설인 '인천에코랜드' 후보지로 발표했다.

인천시는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쓰레기를 함께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 이용을 2025년에는 끝낸다는 방침에 따라 1천400억원을 들여 에코랜드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4만8천500㎡ 규모로 2024년 말 조성될 에코랜드는 생활폐기물을 그대로 땅에 묻는 기존 직매립이 아닌 지역 내 소각장에서 처리된 생활폐기물 소각재나 불연성 폐기물을 묻는 방식이어서 40년가량 이용할 수 있다. 인천시는 주변에 미치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 30∼40m 깊이에 소각재를 매립하고 상부는 밀폐형 에어돔을 설치해 외부와 차단할 계획이다.
그러나 영흥도 주민들은 이미 화력발전소로 인한 환경 피해를 감수하는 상황에서 폐기물매립지까지 조성되면 관광객 유치에 악영향을 미치고 지금보다 분진이나 악취 등 환경 피해도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흥도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00명 이상이 모인 집회를 열 수 없자 경찰에 참석 인원을 99명으로 신고한 뒤 이날 오전부터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폐기물매립지 조성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결사반대'라고 적힌 붉은색 머리띠를 모두 두른 채 '영흥도 쓰레기 매립장 결사반대. 박남춘 시장은 물러가라', '6천300명 영흥 주민 목숨 걸고 막아내자'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도 외쳤다.

임승진 인천시 쓰레기 매립장 건설반대 투쟁위원회 상임대표는 "화력발전소도 감수하며 살아왔는데 쓰레기매립장도 영흥도에 짓는다고 하니 가만히 있을 주민이 어디 있겠느냐"며 "인천시장은 무릎 꿇고 사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것은 '님비현상'(지역 이기주의)이 아니다"라며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전력 공급의 20%를 담당하는 영흥화력발전소는 수도권 유일의 대용량 유연탄발전소로 2004년부터 가동 중이다.

인천시는 에코랜드가 들어서는 영흥도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지만 주민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는 매년 58억원 상당의 발전기금을 영흥도에 지원하고 체육시설과 근린공원 등 100억원 규모의 주민편익시설도 조성할 예정이다.

에코랜드가 운영되면 영흥도 주민을 우선 채용하고 주민협의체가 요구하는 지역 숙원사업도 우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장 군수는 "건강과 환경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 지원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이달 말까지 영흥도 폐기물매립지 조성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