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생산량 52년 만에 최저…통일벼 보급 전 보릿고개 시절 수준

사진=뉴스1
올해 쌀 생산량이 5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례없이 긴 장마와 태풍 영향 때문이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50만7000톤으로 추정됐다. 작년(374만4000톤)보다 6.4% 줄었다. 이는 통일벼 보급 등이 이뤄지기 전으로 쌀 생산량이 적었던 1968년(320만톤)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쌀 생산량은 지난 2012년 부터 3년간 반짝 증가세를 보이며 2015년 432만7000톤을 기록했다. 이후 올해까지 5년 연속 내리막을 나타내고 있다. 2017년 이후 4년 연속 400만톤을 밑돌았다.

쌀 생산량 감소는 재배면적이 줄어든데다 기후의 영향으로 단위면적당 생산량도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쌀 재배면적은 72만6432㏊로 작년(72만9814㏊)보다 0.5% 줄었다. 건물건축, 공공시설 등 개발에 따른 경지 감소와 정부의 논 타(他) 작물 재배 지원사업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10a(1000㎡)당 생산량은 작년 513㎏에서 올해 483㎏으로 5.9%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역대 최장 장마와 태풍 영향으로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쌀 낟알이 제대로 익지 못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시·도별 생산량을 보면 전남(68만8000톤), 충남(67만8000톤), 전북(55만6000톤) 등 순으로 많았다.올해 쌀 생산량은 예상 수요량인 367만톤보다 적은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밥쌀용 쌀 수요량인 291만톤보다는 많은 수준"이라면서도 "시장 동향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수급 불안이 확대되거나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양곡을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세부 사항은 이달 중 양곡수급안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발표된 쌀 생산량은 지난달 예상 생산량 조사 때의 363만1000톤보다 10만톤 이상 적은 것이다. 농식품부는 통계청의 조사 방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9월께 벼에 달린 낱알 수를 기준으로 예상 생산량을 발표한다. 이후 수확 후 벼의 무게를 재 11월 생산량 조사를 업데이트 한다. 낱알이 많이 맺혀도 쭉정이가 많으면 예상 생산량과 실제 생산량이 크게 차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