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중국 덕에 가격 '껑충'…금값보다 더 올랐다 [원자재포커스]

팔라듐, 자동차 매연저감장치에 쓰여
각국 친환경 정책으로 수요 증가 전망
5년 전 대비로는 가격 세 배 이상
자동차 산업 원자재인 팔라듐 가격이 최근 연일 상승세다. 최근 세계 각국이 내놓고 있는 저탄소 정책과 중국 등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 이후 경제 회복세 영향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선물시장 운영기업인 CME그룹에 따르면 팔라듐 근월물은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장중 트로이온스(약 31.1g)당 2520달러선까지 올랐다. 사상 최고가(2781달러)를 냈던 지난 2월말 이후 처음으로 2500달러를 넘겼다. 몇년간 팔라듐 가격은 원자재 시장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다. 올해 가격 상승세만해도 ‘안전자산’ 대표주자인 금값 상승세보다 더 가파르다. 작년 11월 중순 1700달러 중반에서 1년만에 4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금은 25% 올랐다.

팔라듐 가격은 2018년 상반기만해도 트로이온스당 1000달러 이하였다. 5년 전인 2015년 11월엔 트로이온스당 540달러선에 거래됐다.

이는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배기가스 절감 등 저탄소 기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라듐은 구리·니켈 등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세계 수요의 73.5%가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 촉매제로 쓰인다. 선박 배기가스 저감장치에도 활용된다. 배기가스 저감장치는 일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등 차량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을 이산화탄소, 질소 등 무해한 성분으로 변환해준다. 배기가스 감축 필요성이 높아질수록 팔라듐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다.

이달 들어선 미국 대선 결과도 팔라듐 가격을 끌어올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각종 친환경·탈탄소 공약을 내놨다. 2050년까지 미국 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탄소 중립)로 만드는게 목표라고 공언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산업에서 팔라듐 수요가 더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대선 승자가 정해진 만큼 미 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 달러화 약세에 원자재 가격이 높아지고, 자동차 등 소비가 더 늘 것이라는 기대도 팔라듐 가격을 올렸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도 팔라듐 수요에 한몫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7개월 연속 증가세로 나타났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가 지난달 중국내 자동차 판매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2.5% 늘어난 257만대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산업 수요는 늘어나는 와중에 공급은 줄었다는 점도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금속산업 시장조사기업인 메탈포커스는 올해 세계 팔라듐 총 공급량이 전년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와 함께 세계 팔라듐 양대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코로나19 여파와 광산 노동조합 파업 등으로 공급 차질을 겪어서다. 메탈포커스는 “팔라듐은 광산에서 생산되는 공급량과 자동차 산업 수요 사이에서 장기적인 불균형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