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작은 학교가 맞춤형 교육 가능케 한다" [글로벌인재포럼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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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이자 도시·공간 전문가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제단과도 같던 교탁의 권력을 와해시켰다”며 "새로운 학교 공간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20의 ‘인공지능(AI)시대, 다시 학교를 설계하다’ 세션 발표에서다.
유 교수는 “100년 전과 똑같은 지금 학교의 모습은 전염병에 취약할 뿐 아니라 교육에도 긍정적이지 않다”며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가 온라인 등교를 통해 변화의 기회를 줬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미래에 초점을 둔 논의가 활발하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그는 중세 교회, 고대 제단처럼 교사를 단상에 올려놓고 권위를 부여하는 학교 교육 모델은 이제 효력을 다했다고 봤다. 유 교수는 "동시에 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 방향을 쳐다보게 하는 건 없던 권력도 만들어낸다"며 "그래서 사람이 모이지 못하면 권력은 와해된다"고 했다. 봉건시대 흑사병으로 인해 교회 예배가 줄어들자 1000년 이상 유지되던 교회 권력이 무너지고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교사는 이제 지식전달자가 아니라 학습을 위한 ‘큐레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개별 학교, 학급의 규모를 더 잘게 쪼개는 게 맞춤형 교육뿐 아니라 방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온라인 교육을 활용하면 학생들이 타 지역이나 다른 학교에서 자유롭게 수업을 듣고 그곳의 학생들이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0명의 학생을 위한 1000개의 교육과정(커리큘럼)'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K-방역’처럼 ‘K-학교’를 수출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유 교수는 “지금의 학교는 산업화 시대 유럽의 모델을 답습한 것”이라며 “한국은 인재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인 만큼 온라인 교육을 활용한 새로운 학교 시스템을 만들어 역으로 해외에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이 자리에서 폴 김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장 부원장은 “지금처럼 텅 빈 교실에서 교사 혼자 노트북에 대고 수업을 하는 건 교육적으로도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야 말로 컨베이어벨트에서 쿠키를 찍어내는 것 같은 과거형 학교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학교에서는 이제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AI의 답에 비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좌장을 맡은 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은 “그간 수많은 정책이 쏟아졌지만 학교 현장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웅크려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AI에 끌려가기보다 능동적으로 학교 교육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을 인용하며 “학생들마다 재능과 흥미가 다른데 일방적으로 한 공간에서 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게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유 교수는 “100년 전과 똑같은 지금 학교의 모습은 전염병에 취약할 뿐 아니라 교육에도 긍정적이지 않다”며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가 온라인 등교를 통해 변화의 기회를 줬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미래에 초점을 둔 논의가 활발하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그는 중세 교회, 고대 제단처럼 교사를 단상에 올려놓고 권위를 부여하는 학교 교육 모델은 이제 효력을 다했다고 봤다. 유 교수는 "동시에 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한 방향을 쳐다보게 하는 건 없던 권력도 만들어낸다"며 "그래서 사람이 모이지 못하면 권력은 와해된다"고 했다. 봉건시대 흑사병으로 인해 교회 예배가 줄어들자 1000년 이상 유지되던 교회 권력이 무너지고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그는 “교사는 이제 지식전달자가 아니라 학습을 위한 ‘큐레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개별 학교, 학급의 규모를 더 잘게 쪼개는 게 맞춤형 교육뿐 아니라 방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 교수는 온라인 교육을 활용하면 학생들이 타 지역이나 다른 학교에서 자유롭게 수업을 듣고 그곳의 학생들이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0명의 학생을 위한 1000개의 교육과정(커리큘럼)'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K-방역’처럼 ‘K-학교’를 수출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유 교수는 “지금의 학교는 산업화 시대 유럽의 모델을 답습한 것”이라며 “한국은 인재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인 만큼 온라인 교육을 활용한 새로운 학교 시스템을 만들어 역으로 해외에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이 자리에서 폴 김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장 부원장은 “지금처럼 텅 빈 교실에서 교사 혼자 노트북에 대고 수업을 하는 건 교육적으로도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야 말로 컨베이어벨트에서 쿠키를 찍어내는 것 같은 과거형 학교 교육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학교에서는 이제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AI의 답에 비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좌장을 맡은 배상훈 성균관대 학생처장은 “그간 수많은 정책이 쏟아졌지만 학교 현장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웅크려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AI에 끌려가기보다 능동적으로 학교 교육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을 인용하며 “학생들마다 재능과 흥미가 다른데 일방적으로 한 공간에서 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게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