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디저트·중식까지 셰프 맘대로…다음엔 뭐가 나올까?

특급호텔도 메뉴판이 사라진다
더플라자 중식 오마카세
중화요리, 한정식, 스페인요리….

메뉴판 없이 셰프가 알아서 음식을 내오는 ‘오마카세’가 조용한 돌풍이다. 일식에서 시작한 오마카세는 한우, 한정식, 중식 등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손님들에게는 무엇을 먹을지 선택할 필요가 없이 고급 요리를 특별한 서비스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다. 레스토랑들에도 새로운 기회다. 스타 셰프를 육성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고, 객단가(손님 한 팀이 결제하는 금액)를 높일 수 있어서다.

오마카세 도전장 낸 특급호텔들

오마카세(おまかせ)는 ‘남에게 모두 맡긴다’는 의미의 일본어다.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를 다루는 일본의 스시(초밥) 레스토랑에서 ‘셰프의 추천 메뉴’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오마카세는 셰프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력이 많이 드는 서비스다. 손님을 많이 받을 수 없어 가격이 비싸다. 오마카세의 핵심 경쟁력은 셰프의 실력이다. 정해진 메뉴가 없기 때문에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어떻게 요리해 내놓느냐가 중요하다.최근 특급호텔들은 수석 셰프를 앞세워 오마카세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만 10여 곳의 호텔이 다양한 오마카세를 내놨다. 이달 초에는 서울 특급호텔인 더플라자와 워커힐이 오마카세에 도전장을 냈다. 연말연시 외식 수요를 겨냥했다.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이 선보인 오마카세는 ‘양장따츄’다. 양장따츄는 중국어로 ‘셰프에게 믿고 맡기다’란 뜻이다. 양장따츄엔 전채, 수프, 찜, 볶음, 구이, 조림 등 다양한 중식 메뉴가 포함됐다. 더플라자 중식당 도원을 20년째 이끌고 있는 츄셩뤄 수석 셰프가 1년여에 걸쳐 메뉴를 개발했다.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기 위해 지역별 계절 식재료를 조사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사전예약제로 하루 세 팀만 받는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도 숯불구이 전문점 ‘명월관’에서 한우 오마카세를 선보인다. 특급
호텔 가운데 한우 오마카세를 내놓은 곳은 워커힐이 처음이다. 별채에 마련된 6개의 방에서 오마카세 주문을 받는다.
연남동 카페 ‘펠른’
한우 오마카세에 도전하는 셰프들은 스시 다음으로 많다. 한국인에게 익숙하면서도 조리법에 따라 여러 가지 메뉴로 변형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서울에서만 50여 곳이 넘는 한우 오마카세가 있다. 서울 청담동 설로인과 수린, 마장동 본앤브레드, 체인점 형태의 도쿄등심 등이 대표적이다.
연남동 카페 ‘펠른’
백화점도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집객 콘텐츠로 오마카세를 활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겨울학기 문화센터에 ‘오마카세 강좌’를 신설했다. 오마카세를 체험하고 직접 요리도 해볼 수 있는 강좌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우 레스토랑 ‘현담원그릴’, 북촌 ‘갤러리 더 스퀘어’, 연남동 카페 ‘펠른’ 등이 참여한다. 현담원그릴은 일본 오사카에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장지호 셰프가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오마카세 전문 레스토랑이다. 두 시간짜리 이 쿠킹클래스에 참여하는 비용은 15만원이다.

오마카세를 소개하는 콘텐츠도 늘고 있다. 레스토랑·푸드 컨설팅업체 ‘푸드바코드’를 운영하는 정주영 대표는 ‘마리아주’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 오마카세

남에게 모두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를 다루는 초밥 레스토랑에서 '셰프의 추천 메뉴'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