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번지 한진중 매각 입찰에 조선 관련업이 한 곳도 없다

부동산 개발 전문인 한국토지신탁과 사모펀드 7곳만 참여
시민단체 "공장 없애고 부동산 개발?" 인수 진의 의심
부산시 "조선산업 존속을 위해 지역사회와 공동 대응"
협력업체만 100여개…조선소 문 닫으면 지역경제 직격탄
'대한민국 조선 1번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매각과 관련해 해당 부지가 아파트 단지 등 부동산 개발로 이용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역 각계에서 나온다. 지난달 26일 마감된 한진중공업 매각 예비입찰에서 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한국토지신탁 등 신탁사와 사모펀드 7곳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한진중공업 보통주 63.44%와 필리핀 금융기관의 지분 20.01%다.

문제는 조선사를 인수한 신탁사나 사모펀드가 조선소 문을 닫고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할 가능성이다. 실제 인수 참여 의사를 밝힌 곳 중 조선업 관계사는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는 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 투자회사가 전체 면적 26만㎡ 규모에 이르는 영도조선소 부지 자체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영도조선소를 보유한 한진중공업 매각과 관련해 사모펀드 단독 인수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인수한 사모펀드 측이 북항 재개발 3단계 계획과 연계해 부지를 상업지로 용도변경하고 건설 사업을 진행해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조선소가 사라진다면 유관 업체들과 일자리 역시 순차적으로 없어지면서 부산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실제 부산에 있는 한진중공업 조선 부문 관련 협력업체만 100여개사에 이른다. 정규직과 협력업체 등을 포함하면 한진중공업 관련 노동자 역시 2천여 명에 달한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측은 "한진중공업 매각을 단순히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관점이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 한 축인 조선업 회복과 지역 경제 관련 종사 고용 유지 관점에서 매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 권역 내에서 조선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5일 한진중공업과 대선조선 매각과 관련해 건의문을 발표하면서 지역 조선산업 존속을 위해 지역사회와 공동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조선업 관련 경험이 풍부한 회사가 인수해 일자리 수를 유지하고 기술을 보존해 나가야 한다"면서 "오랫동안 조선업이 부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매각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부산시와 시민단체 등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