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순간 격분해서 태극기 태웠다면…'국기모독죄' 아냐"

"우발적 행동 … 대한민국 모욕 아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웠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의 '국기모독'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국기모독 및 일반교통방해, 공용물건손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에 대해 국기모독 혐의는 무죄를,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3일 밝혔다.

피고인 김모씨는 2015년 4월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에서 소지하고 있던 태극기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태워 국기를 모독한 혐의로 같은 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형법 제105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 또는 욕되게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심은 김씨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차량 교통을 방해하고 집회 해산에 불응하며 경찰버스를 손상한 점에 대해서는 죄가 있다고 봤으나, 태극기를 훼손한 점은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의 시위 해산행위가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생각하고 격분해 인근 경찰버스 유리창 사이에 끼워져 있던 종이 태극기를 빼내어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며 "그가 태국기를 태운 행위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보기엔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태극기를 불태우기 전의 상황과 불에 태운 태극기의 출처 등에 비춰봤을 때 피고인에게 대한민국의 권위, 명예, 정체성, 헌법적 질서와 가치 등에 손상을 입히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대법원도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점이 없다고 보고, 같은 판단을 유지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