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태일, 대기업 노조 아닌 전체 노동자 어려움 봤을 것" [전문]

"전태일, 영원한 스승이고 벗이자 마음의 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협동조합 카페 하우스(How's)에서 열린 'AI(인공지능) 혁명과 미래 교육' 토론회 AI 활용 교육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의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제주도지사(사진)는 13일 고(故)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를 맞아 "이제 대한민국 노동문제는 친노조가 아니라 친노동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태일 열사는 1980년대 서울 구로와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경험한 제게도 영원한 스승이고, 벗이고 또 마음의 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특히 그는 "50년 전 평화시장 어린 여공들의 현실에 분노했던 전태일도 오늘의 노동현장에 서 있다면 200만 대기업 노조의 이익이 아니라 2000만 전체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더 집중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ILO(국제노동기구) 기준에 맞춰 국제적 수준으로 노동권을 개선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면서 "동시에 노동권이 높아지는 만큼 노동자들의 책임도 높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제주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다음은 원희룡 지사 페이스북 전문

1970년 11월 13일, 22세 젊은 노동자 전태일이 근로기준법 준수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분신했습니다. 벌써 50년 전입니다. 하지만 그의 외침은 아직도 울림이 큽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전태일은 80년대 구로와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경험한 제게도 영원한 스승이고, 벗이고 또 마음의 짐입니다.그리고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2020 오늘의 전태일은?'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50년 전 전태일이 품었던 '시다'는 여전히 다양한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남아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못한 채 만성적인 고용 불안과 야간 노동에 노출되어 있는 '플랫폼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 취업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청년 취준생, 영세자영업자 등… 이들 모두가 포함됩니다.

이제 대한민국 노동문제는 '친노조'가 아니라 '친노동'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50년 전 평화시장 어린 여공들의 현실에 분노했던 전태일도 오늘의 노동현장에 서 있다면, (이미 안전하게 근로기준법을 훨씬 뛰어넘는 권익을 누리는) 200만 대기업 노조의 이익이 아니라, 2000만 전체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더 집중했을 것입니다. 저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맞춰 국제적 수준으로 노동권을 개선하는 것에 적극 찬성합니다. 동시에 노동권이 높아지는 만큼 노동자들의 책임도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공공·대기업 노조도 ‘전태일 정신’을 이어받겠다면 과도한 기득권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노동권 개선과 함께 선진국 수준의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정도는 받아들여야 합니다.

'노(勞)측'이냐 '사(使)측'이냐의 전통적인 대립 구도에서 탈피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노와 사는 대등하면서도 협력적인, 국제적인 표준에 따라 공존 공생하는 노사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전태일은 이제 우리에게 보통명사가 되었습니다. '전태일 정신'은 진보‧보수 진영을 넘어서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로 기억되고 계승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전태일의 희생을 진심으로 기리는 것입니다. 보수진영이 경제성장을 주도한 세력으로서 산업화 시대의 영광을 당당히 말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가 남긴 빛과 그림자를 온전히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2020년의 전태일'과 '전태일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좌담회가 우리 시대의 사회적 약자들과 진심으로 연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