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맞벌이 아니었음 결혼 안했을 거래요" [와글와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출산으로 몸이 안 좋아져 퇴사 이야기를 꺼냈다가 이를 한사코 반대하는 남편에 서운함을 느꼈다는 네티즌 A씨의 사연이 화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연을 공개한 A씨는 남편과 자신을 "아이가 하나 있는 맞벌이 부부"라고 소개했다.출산 후 몸이 안 좋아진 A씨는 요즘 들어 급격히 상태가 안 좋아져 병가와 퇴사를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어떻게든 피해보려 했지만 건강이 나빠지자 이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A씨. 한참의 고민 끝에 이 사실을 남편에게 털어놓았다는 그는 돌아온 반응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만두는 건 상관 없는데 난 자신 없어. 결혼 전에도 네가 맞벌이 할 거라고 했잖아."

"당연히 하려고 했지. 근데 애 낳고 몸이 힘들어졌으면 못 할 수도 있는 거 아냐? 내 아이이기도 하지만 네 아이이기도 하잖아.""맞벌이를 안 한다고 했으면 결혼 자체를 하지 않았을 거야."

출산 후 망가진 몸 때문에 힘들었던 A씨는 남편의 말에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내가 아프면 바로 내다버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돈 안 벌어온다고 싫은 티를 내는 건지"라며 분노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맞벌이가 필요한 상황일 순 있는데 말을 잘못한 듯", "몸 아픈데 남편이 말을 너무 함부로 한 듯", "요즘 저런 마인드의 남편들 많다", "건강 갈아넣어가면서 임신에 출산까지 하고 양육까지 하는데 맞벌이를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네", "아무리 속마음이 저렇다고 한들 말로 꺼내진 말았어야지", "몸 챙겨가면서 일하시길", "결혼을 너무 계산적으로 생각하네", "너무 솔직하게 안 해도 될 말까지 한 게 화근이네", "지금 직장만큼은 아니더라도 건강 회복한 후에 일해도 될 텐데", "맞벌이하면 여유로운 건 사실이지만 돈을 벌어야만 그 사람이 가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시길"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남녀 220명(남 102명, 여 118명)을 대상으로 '결혼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결혼 후 맞벌이가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78.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없다'고 응답한 21.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성별 비율은 '필요하다'를 선택한 여성이 83.9%로 남성 71.6%보다 높게 나왔다.

그렇다면 A씨 남편의 말대로 맞벌이 여부가 결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할까.

한 취업 포털 업체가 직장인 8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또 다른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3%는 '결혼하려는 상대가 맞벌이를 할 의향이 없다면 결혼 불가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결혼의 우선 전제 조건에 경제적인 문제와 밀접한 '맞벌이'가 포함된 셈이다.맞벌이를 하려는 이유로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생활하고 싶어서'(71.9%, 복수응답)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외벌이로는 생활비가 부족해서'(68.1%),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47.5%), '각자 자아실현을 할 수 있어서'(34.5%), '자녀 양육비를 위해서'(30.7%), '각자 경제적 독립이 필요해서'(25.9%), '대출금 등 빚을 빨리 갚기 위해서'(21.8%) 순이었다.

그러나 맞벌이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응답자의 92.6%는 맞벌이로 받는 스트레스가 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 요인 1위는 '회사와 가사일의 병행'(60.3%, 복수응답)이었다. 이어 '고생하는 것에 비해 적은 수입과 저축액'(48.7%), '자녀 직접 양육 문제'(33.3%), '가사 분담 정도에 대한 갈등'(29.1%), '자녀 교육 문제'(27%), '회사 스트레스로 인한 잦은 화풀이'(22.2%) 등의 이유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혼남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결혼 후에 외벌이보다 맞벌이를 선택하겠다는 이들이 체감상 더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맞벌이 여부가 경제적인 부분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부부 간 건설적인 미래 계획과 적극적이고 활발한 소통, 서로 대한 배려심 등이 필요하다.※[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