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기술과 자본의 결합으로 덜 소비하면서 더 얻는 시대

(104) 4차 산업혁명과 탈물질화
사진=연합뉴스
덜 소비하면서 더 얻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세계의 주요 농업국 가운데 하나인 미국은 1999년에 비해 비료를 25%나 덜 쓰고, 농사에 필요한 물 역시 1984년에 비해 22% 이상 덜 쓴다. 하지만 작물의 양은 계속해서 증가한다. 건축분야도 마찬가지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의하면 목재의 소비량은 1990년 이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질조사국이 조사 가능한 72가지 자원 가운데 해가 갈수록 소비량이 증가하는 자원은 규조토, 산업 석류석, 보석, 소금, 은, 바나듐 여섯 가지뿐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기술의 발전과 탈물질화

덜 쓰고, 더 얻는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온실가스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장 해로운 부산물이다. 1800~1970년에 이르는 170여 년 동안 에너지 소비량은 미국의 경제성장과 발맞춰 증가했다. 하지만 이후 에너지 사용 증가 속도는 둔화했고, 2017년 미국의 에너지 총사용량은 2008년보다 거의 2%나 감소했다. 미국 경제는 같은 기간 15% 이상 성장했다. 《제2의 기계시대》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앤드루 맥아피 매사추세츠공대(MIT ) 교수는 《포스트 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을 통해 자원 사용이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현상을 ‘물질정점을 지났다’고 표현한다.무엇보다 그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기술 발전에서 찾는다. 알루미늄 맥주 캔은 1959년에 등장했다. 이전의 주석 캔은 맥주에는 1994년부터, 청량음료에는 1996년부터 전혀 쓰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 무게가 85g으로 무거웠지만, 1980년대에는 16g까지 줄어들었고, 오늘날 12.75g으로 가벼워졌다. 매니토바대 환경지리학과의 바츨라프 스밀 교수는 만약 모든 캔을 1980년대 방식으로 만든다면 현재에 비해 알루미늄이 58만t이나 더 필요해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서비스 영역도 마찬가지다. 철도 회사인 시카고앤드노스웨스턴철도사는 하루에 움직이는 철도 차량이 전체의 5%가량이라고 파악했을 뿐 정확히 몇 대인지 알지 못했다. 수천㎞가 넘는 철로 덕분에 보유하고 있는 수천 대의 철도 차량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 가운데 일부는 정비를 위해 조차장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움직이는 차량의 비율이 5%에서 10%로만 증가해도 보유 차량의 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철도 차량을 체계적으로 추적하기가 어려워 비효율이 심했다. 1990년대 이후 무선인식표와 센서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모든 철도 차량에 무선 인식표를 장착하고, 철로 옆에 설치된 센서로 하여금 인식표를 읽어 정보를 전송하도록 하자 전국 450개가 넘는 철도 회사들은 자사의 철도 차량이 실시간으로 어디에 어떤 상태로 위치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생산수단으로서의 자본주의

경제가 물질정점을 지나면서도 계속해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자본주의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지적했듯이, 누군가에게는 이 단어가 해방으로 여겨지지만 또 어떤 이들은 착취의 동의어로 간주한다. 어떤 평가를 받든 자본주의는 생산 방식이다. 즉, 사람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내어 제공해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의 생산을 담당하고, 다른 기업들과 자유롭게 경쟁한다. 그리고 경쟁 과정과 결과로 얻은 유무형의 권리들은 자신들의 소유로 인정받는다. 누구도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없고, 개인이나 기업은 자신의 재산을 다른 경제주체와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현존하는 가장 효율적인 생산 방식으로 평가받아 왔다.

기술의 발전과 자본주의의 결합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에이브러햄 링컨은 유일하게 특허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특허 제도의 유용함을 설명하면서 ‘특허 제도가 새로운 유용한 것들의 발견과 생산 쪽으로 재능의 불에 관심의 연료를 붓는다’고 표현했다. ‘재능의 불’은 기술 발전을, ‘관심의 연료’는 자본주의를 의미하며 이 둘은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강화한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기술을 환영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한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혁신가들이 출현해 기존 기업들에 도전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기술을 함부로 베낄 수 없기 때문에 혁신의 유인은 지속적으로 존재한다. 하나의 혁신은 다른 혁신가를, 투자자를 자극하고 이로 인해 또 다른 혁신이 등장하는 일이 반복된다.과거 산업화 시대에 자원 고갈을 우려하는 환경론자들의 절박한 외침도 기술 발전과 자본주의의 결합이 빚어낸 결과 때문이었지만, 오늘날 그 결합의 양상이 달라졌다. 자본주의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동인으로 작용했고, 기술은 이에 응답했다. 디지털화 중심의 생산 변화가 대표적이다. 경제사학자 조엘 모키르는 그의 책 《성장의 문화》를 통해 산업시대의 성공은 이성, 과학, 인본주의, 진보와 같은 계몽운동의 가치로 인해 형성된 성장의 문화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산업화 시대의 성장을 이끌었던 기술과 자본주의의 상호작용이 ‘덜 쓰고 더 얻는’ 새로운 지속가능한 성장의 문화 형성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해본다.

☞ 포인트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기술발전과 자본의 결합으로
자본주의는 ‘탈물질화 시대’로
둘의 상호작용으로 지속성장 가능